구하고 싶어도 '동의' 없으면 못 구한다
[편집자주] 매년 우리나라 국민 1만1000여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2011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지만, 'OECD 자살률 1위' 오명은 계속된다. 자살을 막는 안전망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 예산·인력 부족, 각종 칸막이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살예방 현장에선 "자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상태"라는 토로가 쏟아진다. 머니투데이는 현황-원인-대안 3편에 걸쳐 자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자살예방 개선책을 제시한다.

#수도권 한 기초자살예방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A씨는 상담을 거부한 자살시도자가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를 반복적으로 마주한다. 상담 권유는 거부당하기 일쑤고,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센터나 A씨의 번호를 차단해버린 경우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아예 없다.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다. 자살시도자를 발견해도 당사자가 상담을 거부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상담을 권유하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본인이 상담을 거부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으면 개인정보가 폐기되기 때문에 추후 추적 관리도 불가능하다. 자살예방 인력이 직접 거주지로 찾아가 설득하는 방식은 현재 인력 수준에선 시도할 수조차 없다.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센터는 시도자에게 연락을 취해 상담을 권한다. 본인이 상담을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다른 복지 서비스를 안내하는 게 최선이다. 시도자가 개인정보 파기를 요구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기초센터가 시도자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기간과 횟수를 늘렸다. 시도자 정보를 접수받은 날부터 1주일간 3회 이상 연락해 상담받도록 독려할 수 있다. 이후 주 3회 이상 연락하되 1개월 넘게 연락이 닿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파기할 수 있다. 3일간 3회 이상 연락 시도 후 파기한 기존 방침보다 기간을 크게 늘렸다.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연락 횟수와 개인정보 보관 기간을 무조건 준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초센터의 인력 태부족 현실을 고려하면 연락 횟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1개월이 되기 전 개인정보가 파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상담에 응하는 시도자는 극소수다. 수도권 한 기초센터의 경우 상담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은 상담 비동의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도자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택 방문 등 적극적인 상담 설득을 위해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용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이사는 "우울증인 경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면 잦아들 여지가 있다"며 "몇 년까진 아니더라도 1개월에 1번 연락하거나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인력이 적다 보니 문자로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험군에게 문자만 보내고 끝내는 건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반복적인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한 응급입원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도 어렵다. 응급입원 요건 자체가 매우 까다로워서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72시간 동안 응급입원 절차가 진행되려면 △자타해 위험이 크고 △상황이 매우 급박해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가족이 완강하게 거부해 응급입원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응급입원은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지만 자살 시도 직후 충동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양 이사는 "응급입원으로 극단적인 감정이 누그러들 수 있다"며 "입원 이후 자살 위험을 줄이도록 약물 치료도 진행한다.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 조치를 취한다. 대만은 자타해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관과 소방관이 의무적으로 의료기관에 이송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복지 및 제도법(Welfare and Institutions Code)'에 근거해 경찰이나 정신건강 전문가 등이 자타해 우려가 큰 대상자를 최대 72시간 동안 동의 없이 치료 시설에 입원시킬 수 있다. 이후에도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최대 14일 동안 집중 치료를 위해 추가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 경찰의 경우 다쳐서 출혈이 있어야만 병원에 이송하는 경향이 크다"며 "(자살 시도) 우려가 있는 경우 우선 병원에 이송하고 진단 과정에서 자타해 우려가 큰지를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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