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다는 건, 같은 목표 아래 불편함 감수하는 것

요즘 달리기가 붐이긴 한가 보다. 늘 혼자 달리던 시골길에서도 러너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함께 모여 달리는 ‘러닝 크루’가 곳곳에 수없이 많다. 나는 십오년 넘게 혼자 달리기를 해왔다. 가끔 단체 훈련이나 달리기 교습에 나가기도 했지만, 혼자 달리고 마라톤 대회에도 혼자 참가하는 소위 ‘독립군’이었다. 퇴근 후나 출근 전 운동장 트랙, 공원, 강변 등을 달리고, 당직이 있는 날엔 병원 앞 공터를 달렸다. 비가 오면 헬스장 트레드밀을 달리거나 집에서 제자리 뛰기를 했다.
혼자 달리는 게 좋을까? 여럿이 함께 달리는 게 더 나을까?
달리기 자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시간 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컨디션에 맞추어 유연하게 달리면 된다. 혼자서 달리면 나한테 맞게 강도를 설정할 수 있어서 부상의 위험도 적다. 목표 설정이 자유롭고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평가받거나 누군가와 비교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고요히 달리는 동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이 확보된다.
함께 달릴 땐 ‘이겨내는 힘’
요즘은 일주일에 네 번 집 근처 운동장에서 다른 러너들과 함께 달리는데 여럿이 함께하면 먼 거리도 짧게 느껴지고 힘들어서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고 싶을 때도 이겨내게 된다. 여럿이 리듬에 맞춰 달리다 보면, 자세도 자연스러워진다. ‘나를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도 있지만, 힘든 느낌을 마주하고 이겨내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런데, 달리기 강도나 목표를 함께 뛰는 사람들과 맞추어 정하고 그에 맞춰 훈련을 감내해야 한다. 함께 달리려면 구속도 당해야 한다. 좀 편하게 달리고 싶어도 내가 속한 그룹에 맞춰 강도 높게 달려야 하는 날도 많다.
그룹으로 마라톤 훈련할 때, 선두가 페이스 메이커를 한다. 선두를 맡게 되면 힘들거나 지루해도 정성껏 속도를 맞추고 책임진 거리를 완수한다. 선두가 아니더라도 열 맞춰 훈련하는 동안엔, 힘들다고 속도를 늦추지 않고 빨리 달리고 싶다고 속도를 높여 치고 나가지 않는다. 대열이 흐트러지고 리듬이 끊기면 누군가 넘어질 수도 있고 속도가 들쭉날쭉하면 함께 달리는 모두가 고되어지기 때문이다.
혼자일 때, 함께일 때 장단점 명확
혼자서는 마음이 느슨해지고 쉽게 타협하게 된다. 혼자 살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지만 할 일을 뒤로 미루게 된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땐 지켜보는 시선과 책임 때문에 한없이 게을러지기는 어렵다. 다른 이의 의견을 듣고 서로 맞추느라 번거롭기도 하지만, 연대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함께하므로 얻는 게 있어도 혼자인 게 편하긴 하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주도권을 가지고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신경 쓸 게 적다. 다른 이와 함께할 땐 상대를 배려하고, 내 생각을 이해시키며 의견을 맞추어야 한다. 주도권을 가질 수 없고, 눈치가 보이고 혼자일 때보다 갈등이 많아진다. 나 혼자여도 이럴까 저럴까, 마음 안에 갈등이 있는데, 생각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려면 갈등이 증폭된다.
다른 이와 함께하고 싶은데 혼자일 수밖에 없어 외로운 것과 스스로 만든 고립에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인류는 함께 하기보다 홀로이기를 자처할지도 모른다. 고독하거나, 문제에 처해 혼자서 난감할 때 친구나 가족, 전문가 대신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위안과 해결 방안을 찾게 되었다.
‘회사생활 갈등’ 내담자 늘지만
진료하다 보면, 회사 내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팀에 원래도 맘에 들지 않던 동료가 있어요. 말과 태도가 마음에 거슬리는데 ‘나 무시하나? 내가 우습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동료가 팀장님에게 업무 역할 변경을 요청하면서, 그 사람 일을 요즘 제가 도맡아서 하고 있는데,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 싶어요.”
“후배 동료들과 업무하면 갑갑하죠. 열심히는 하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진 않아서 결국 제가 다시 해야 하죠. 피곤하고 싫어도 티 내진 않고 ‘알았어, 내가 할게’하고 넘어가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요.”
“부서원 한 명이 제가 지시한 업무 역할 분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인사팀에 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어요. 제 상사가 ‘네가 부서장이니 이해하고 그 부서원을 좀 더 배려하라’는데, 답이 없어요. 회사 일은 맡기 싫은 일도 있기 마련인데 업무 분배가 너무 어려워요.”
요즘 많은 사람이 다수가 융합하여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어려서부터 혼자 자라면서, 서로 이익을 공유하고 집단을 위해 불편함을 참는 것이 낯설다. 또 그래야 할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왜 저 사람을 위해서 불편하고 힘든 걸 참아야지? 그러면 손해 아닌가?’
회사는 ‘공동 목표’…불편함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회사는 공동의 목표 아래 여러 구성원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필요하다면, 각 구성원의 이익이 상충하더라도 이를 감내하는 것이 요구된다. 전체 안에 속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때로는 내가 불편을 감수하고 당장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이해한다. 필요에 의해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면, 혼자일 때 자유로움과 편안함,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혼자일 때의 한계를 극복하고,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하면서 누리는 즐거움과 유대감은 혼자일 때의 편안함을 상쇄한다.
삶에서 우리는 혼자일 때도 있고, 무리와 함께일 때도 있다. 충분히 인식하고 예측해서 마음먹고 있으면 언제든 자연스럽게 응할 수 있다. 알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과 몰라서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필요에 따라 내가 선택하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갈등이 없다. 혼자일 때와 무리일 때의 장단점을 명백히 알고, 감수할 준비를 하면 된다. 이해하고 있으면 여러 문제를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다. 결국 혼자 달리기도, 함께 달리기도 마음에 모두 준비해두어야 한다. 그러면, 함께여도 혼자여도 마음에 크게 불편하거나 아쉬울 일이 없다.
#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은?
세계 6대 메이저 베를린·보스턴·도쿄·시카고·런던 마라톤을 포함해 50여 차례 국내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김세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가 연재하는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전문은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20년간 달리기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깨달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의 회복’을 원하는 독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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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연재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22
※이 글의 상담 사례로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김세희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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