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51명에 사생아 174명, 은닉자산 2조원…‘괴물’이 된 소림사 고승 [한중일 톺아보기]
![중국 연예인 동가림림(佟佳霖霖)과 나란히 사진을 찍고 있는 소림사 주지 스융신. [사진 바이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3007107ovjo.jpg)
쿵푸(功夫)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허난성의 유명 사찰 소림사(少林寺). 지난달 말 이 같은 충격적 내용의 공지가 홈페이지를 통해 올라왔습니다. 중국내에서는 소림사 만큼이나 유명한 제 30대 방장(주지)인 스융신의 구금 소식에 중국전역은 떠들썩해졌습니다.
체포·구금에 이어 승려 자격 말소, 후임인 새 주지의 임명 소식이 불과 닷새만에 잇따랐습니다.
소림사는 중국 북위 시대인 서기 495년 효문제가 인도 고승 바투를 초빙해 세운 천년고찰로, 그동안 중국 선종의 총본산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중국 당국이 중시하는 문물 보호시설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관광명소이기도 합니다.
2006년에는 독재자이자 ‘격투기 애호가’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되는 등 서방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찰입니다.
![2006년 소림사를 방문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스융신 주지와 함께 쿵푸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바이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3008396qgyr.jpg)
그가 해외에 은닉해 놓은 자산이 1500억 달러(약 2조원)가 넘고 무려 51명의 애인과 174명의 사생아를 뒀으며, 이들을 통해 총 11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다만 어찌된 일인지 당시엔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무혐의 결론이 났고, 오히려 고발한 승려들만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것도 동일한 혐의로 구속된 걸까요?
이에 대해서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온 그의 태도가 종교의 사회주의 종속을 강하게 요구하는 시진핑 정권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8년 소림사에서 진행한 홍보대사 선발대회 중 비키니 심사 장면. [사진=바이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3009615coao.jpg)
1980년대 홍콩 영화 인기와 함께 쿵푸 열풍으로 소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때 이미 소림사에 대한 상표권 확립을 주도했습니다.
1999년 불과 34세 나이에 소림사를 책임지는 방장에 오른 그는 취임과 함께 “소림사를 세계에 보급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영역을 가리지 않고 ‘소림사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갔습니다.
2001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이듬해 소림서국이란 출판사를, 2004년에는 소림약국이란 한방 약품회사를 세웠습니다. 2008년 부턴 알리바바를 통해 소림사 굿즈를 판매하기 시작하더니, 소림시영이라는 영화 제작사도 설립해 소림사 관련 영화를 크게 흥행시켰습니다.
당시 스융신은 소림사 홍보대사를 선발한다며 비키니를 입힌 여성들로 하여금 사찰 워킹을 시키기도 해 주목받았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외식, 공연산업에 손을뻗어 소림사를 브랜드로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현재 소림사로 등록된 각종 상표는 600여종에 달하는데 이를 통한 공식 연간 수익은 10억 위안(약 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는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독일에 1호를 시작으로 전세계 50여개국에 소림사 문화센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권력과도 끈을 만들어 전인대 대표를 20년이나 맡기도 한 그는 중국 승려로서는 처음으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해 ‘소림사 CEO’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여기에 수많은 사업을 사생아들이 맡아 관리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들을 지칭하는 ‘불2대’(佛二代, 불교계 부유층 2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지난 2010년 소림사에서 영화배우 성룡(가운데)이 스융신 주지와 함께 새 영화 제작 발표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3309560ekik.png)
그는 자신의 스캔들 의혹에 대해 대외적으로 “그런게 사실 이라면 진작에 문제시됐을 것”이라며 당당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출중한 사업수완 이면에 그가 사찰의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탕진했다는 건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선종의 총본산을 이끌 정도로 존재감 있는 ‘종교인’이면서도, 일반인들 보다 훨씬 더 ‘속세의 향락’을 일삼았던 겁니다.
중국불교협회는 지난 7일 ‘계율을 스승 삼아 불교를 건전하게 전승해 나가자’라는 제목의 장문의 성명을 발표해 그의 비위를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중국 불교계는 이번 체포 이전까지 ‘돈 버는 불교’를 체현했던 그를 ‘불교계 스타’로 치켜세워왔습니다. ‘꼬리 자르기’ 라는 뒷말이 나올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번 스캔들 여파로 소림사에 있는 300명이 넘는 승려들중 이미 10% 이상이 환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소림사가 창건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소림사 대웅보전 모습 [사진=바이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3012271irgs.jpg)
과거 중국은 소림사 같은 전통 문화 아이콘을 중국이 국제사회, 특히 서방의 시선을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여겼습니다.
예컨대, 불교 신자로 알려진 장쩌민은 주석시절 소림사를 수차례 방문했고, 후진타오 정권 시절에도 이데올로기를 담당했던 정치국 상무위원이 소림사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들어 이 같은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중국이 서방의 존경을 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줄어들었고, 시주석은 ‘종교의 중국화’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중국 당국은 영향력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공산당의 지도에 종속되며 모든 종교가 ‘중국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화해 왔습니다. 단적으로 2017년과 2018년 잇따라 개정된 ‘종교사무조례’에서 종교 단체의 해외 무허가 연수나 회의 참여를 금지하는 등 관리 강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세계적 규모로 활동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스융신의 행보는 이런 방향과 상충되는 것이었습니다. 소림사를 대표한 ‘CEO 방장’의 퇴출은 국가 통제색을 더 강화하고 있는 중국 국내정치 흐름을 반영한 사건인 것입니다.
만약 승려들의 사유 재산 몰수, 사원 운영권 접수 등 종교 통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종교 박해논란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오성홍기가 게양된 중국 베이징의 천주교 성당.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3013506vmls.jpg)
스융신은 영화 제작 등을 통해 수많은 연예인들과 교류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여배우, 모델, 아나운서 등을 애인으로 두었다는 소문도 파다했습니다. 만약 이들에게까지 수사가 미친다면 스캔들의 규모는 훨씬 확대될 것입니다.
한 중국 매체 관계자는 “지금 주목되는 건 소림사 발표에서 ‘다수 부문의 조사를 받고 있다’라고 명시한 부분” 이라며 “이 대목은 연예계 루트와 정계 루트로 향후 수사의 손길이 뻗어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0년전 지금과 똑같은 의혹이 흐지부지된 데 대해 그는 “당시에는 정계에 비호 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스융신의 몰락은 한 개인의 추락을 넘어 권력의 논리와 통제의 그늘 속에서 중국 사회가 현재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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