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먼저 떠난 아내를 많이 닮았네요”...고용주의 정체는 ‘아내 살해범’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63] 영화 ‘우나기’
많은 영화의 테마는 ‘극복’이다. 인생의 걸림돌을 뛰어넘는 것이 주인공의 과제가 된다. 범위를 대중문화 전반으로 넓혀 봐도 마찬가지다. 가난과 모진 시련,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는 건 문화 소비자에게 감동을 준다.
물론 같은 장애물을 놓고 비극을 연출할 수도 있다. 몸과 영혼을 바친 노력에도 끝끝내 제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또 다른 형태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다.
‘우나기’(1997)가 다루는 삶의 장애물은 트라우마다. 남자는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며 깊은 상처를 받는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관심은 주인공이 과연 정신적 충격을 넘어서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꽂힐 것이다.
![야마시타가 아내의 외도 사실을 제보하는 편지를 읽고 있다. [IM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4502296vrlz.png)
![밤 낚시를 가는 야마시타. 그는 착한 남자였지만, 아내의 감정을 살피는 데는 둔감했다. [IMDb]](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4503790dlon.png)
![피칠갑을 하고 경찰서에 들어간 야마시타는 자기 범행을 순순히 고백한다. [피터팬픽쳐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094505127cbhm.png)
그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려는 의도일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동네로 가서 이발소를 차렸지만, 언제 자기 과거가 폭로될지 모른다. 친구가 없는 건 아니다. 교도소에서 키우던 장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는 오로지 뱀장어에게만 마음을 털어놓는다. 장어는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이코는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구해준 야마시타에게 마음을 뺏기지만, 사람과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된 야마시타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갈 곳 없는 게이코는 야마시타의 이발소에 취직하지만, 야마시타는 그녀가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숨 쉬는 것과의 교류는 장어와 맺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야마시타는 여러 욕망을 억누른 채 묵묵히 머리만 자른다. [IMDb]](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4/mk/20250824100056499hawl.png)
장어는 그의 마음을 늘 편하게 해주는 친구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뱀장어는 일과 시간에는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지만, 밤에는 이따금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살해 이후 수사 기관에서 받았던 취조를 생각할 때도, 동료 수감자의 환영을 볼 때도 장어는 그 기억의 중심에 있었다.
보통 한 사람의 악몽에 등장하는 건 그의 트라우마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어 또한 야마시타 내면의 상처와 연관됐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장어는 어쩌면 그날 야마시타가 목격한 상대 남성을 상징하는 동물일 것이다.
그는 상처를 계속 곁에 둠으로써 그것에 무뎌지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 우리가 알게 되는 건 그의 꿈에는 장어가 여전히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가 마을 사람들에게 감정을 어느 정도 드러낼 정도로 인간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을 때까지도 그렇다. 게이코를 자기 삶에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그의 꿈과 환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이라면 그의 삶이 나아진 이유가 트라우마의 극복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꿈에는 여전히 장어가 나타나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그는 다만 트라우마를 안은 채로도 ‘꽤’ 잘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면의 상처가 튀어나올 때 주변 사람을 해하지 않을 만큼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나기’는 인간이 트라우마나 상처의 극복에 대해 갖는 환상을 깨게 하는 작품이다. 관객은 트라우마나 장애, 가난을 뛰어넘는 영화 속 주인공을 보고 환호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대로 남아 있는 자기 상처를 보고 실망할 수 있다. ‘그건 영화일 뿐이었군’이라는 낙담이다.
사실 열에 아홉은 실망할 것이다. 인생에는 극복이 안 되는 걸림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장애물을 봤을 때, 우리는 어떻게든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극복하지 못하고도 삶을 이끌어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 트라우마를 넘어서기 전까지 어쨌거나 그것과 동행해야만 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피나는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한 인물들의 서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 또 필요한 건 인생의 걸림돌을 넘지 못하고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스크린에서 눈을 뗀 뒤 다시 끌어가야 할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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