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선택...포괄정당에서 컬트정당으로 [노원명 에세이]

한국의 정당은 대체로 포괄정당을 지향해왔다. 이념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정의당과 진보당까지 포괄정당으로 볼 수 있는지는 정치학자들의 견해가 갈릴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히 포괄정당이다. 혹자는 민주당을 너무 진보적이라고 하고 혹자는 ‘그게 무슨 진보냐. 보수지’라고 한다. 포괄정당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민주당은 그 뿌리를 지주계급연합 성격이 강했던 한민당에 두고 있다. 민주당이 진보로 보이는 이유는 양당 체제에서 그보다 보수적인 파트너가 오랫동안 존재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인 진보다.
국민의힘은 한때 일본 자민당만큼이나 포괄적이었다. 산업자본가에서 도시근로자, 농민까지 아우르는 포괄정당. 그 당의 선조 격인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이 이런 넓은 스펙트럼을 보였다. 그 스펙트럼은 계속 좁아져 왔다. 국힘은 농촌에서도, 도시에서도 인기가 없다. 지금 국힘의 중추는 기독교 반공세력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국힘을 찍는 사람들은 민주당이 싫은 사람들이지 국힘의 정체성에 동질감을 느껴 찍는 사람은 드물다.
국힘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반탄’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결선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저 당이 포괄정당이기를 포기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당대회는 국힘이 포괄정당에서 ‘컬트 정당’(정치학 용어는 아니다)으로 넘어가는 선언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소수 집단에 의해 공유되는 취향이 매우 극단적이어서 주변의 경계를 자아내는 그 컬트 말이다. 국힘은 신천지와 통일교, 전광훈과 전한길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경선 과정과 결과는 그것이 사실임을 드러냈다.
어쨌든 이것은 국힘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 외에 다른 민주적 방도는 없다. 이제 한국 보수층의 선택이 남았다.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본다.
첫째, 국힘을 대체할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국힘 안과 밖의 많은 사람이 이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꿈의 실현은 간단할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보수층의 좌절과 분노, 열망을 정치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면 되는 일이다. 이걸 하려면 명분 이외에 정치적 재능이 필요하다. 안철수는 늘 훌륭한 명분에 서면서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안철수와 친하다 안친하다 하는 이준석은 돌파력이 좋지만 가끔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 한동훈은 정치적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다. 홍준표는 그 나이에도 어딘가 불안 혹은 불온하다. 그러나 결국 이들 중에서 골 넣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대체 보수정당은 어려울 것이다.
둘째, 민주당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무슨 소리냐 할지 몰라도 가능한 일이다. 55년 체제에서 일본 자민당은 유일 집권정당이었다. 두어번 짧게 정권을 뺏겼지만 자민당외에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이 안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일본은 자민당 원톱 정치다. 한국은 오랜 기간 양당 정치체제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영원히 그러란 법은 없다.
보수층이 민주당을 찍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민주당이 보수화된다. 그리하여 민주당의 포괄성이 지금보다 훨씬 확장되고 내부 분화가 심화한다. 민주당과 보수정당 간 경쟁과 견제를 민주당 내부로 옮겨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하여 민주당이 자민당처럼 영구 집권당이 된다. 이것이 한국정치와 보수에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힘이 컬트화된 마당에 보수진영에서 골이 안 터지면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방향이 그렇게 잡히면 되돌리기는 어렵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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