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일 발전이 한미일 강화로… 선순환 만들 것”

도쿄/박상기 기자 2025. 8. 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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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와 정상회담… “셔틀외교 복원”
한일 17년 만에 공동 언론 발표문
과거사·日 수산물 수입 완화는 빠져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23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 발표문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 있어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은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총리와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일 정상회담 결과 공동 언론 발표문’을 냈다. 한일정상회담 후 합의된 문서 형태로 결과가 발표된 것은 17년 만이다.

양국은 공동 발표문에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셔틀외교가 조기에 재개됐다고 평가했다.

공동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결의한 것으로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린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발표문에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 ‘역내 및 글로벌 협력 강화’ ‘정상 간 교류 및 전략적 인식 공유 강화’ ‘미래산업 협력 강화’ ‘인적교류 확대’ 등 5가지 합의 사항이 담겼다.

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사이버 활동이나 북·러 간 군사협력 심화에 대해서도 함께 대처하기로 했다. 또 “양 정상은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역내 및 글로벌 협력 강화와 관련해선, 양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일관계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계속 만들어 나가자고 하였다”고 했다.

양국은 전략적 인식 공유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전략 환경 변화와 최근 새로운 경제·통상 질서 하에서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면서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요구하는 상황에 관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미래 산업 분야 협력을 위해 수소,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농업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선, 기존 1회로 제한된 한일 간 ‘워킹 홀리데이’ 참여 횟수를 2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일본·미국 방문을 위해 23일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하며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동 선언문’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이날 양 정상은 합의 사항을 ‘공동 언론 발표문’ 제목으로 발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동 선언문을 내기엔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좋은 관계를 구축한 만큼 새로운 한일 관계를 규정하는 공동 선언문 발표도 멀지 않은 시점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넘어서는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공동 발표문에는 양국 간 가장 민감한 현안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고, 일본이 요구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 관련 내용도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양측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는 예민한 문제는 아예 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이날 확대 회담 모두발언에서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해결하고,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숙고하고, 협력할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 양국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치인들이 할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려운 문제보다, 쉽고 빨리 할 수 있는 사안, 양국에 즉시적이고 직접적 도움이 되는 사안부터 먼저 보자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제가 최초”라며 “이 점은 우리가 한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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