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시에 왜 갑자기 NBA 팀이?...잔 다르크의 정신이 담긴 미국 도시에 얼떨결에 생긴 농구팀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5. 8. 23. 20:00
유럽의 역사가 담긴 재즈의 도시
미국 남부에서 ‘다름’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뉴올리언스를 빼놓을 수 없다. 낮에는 미시시피강을 따라 흐르는 재즈와 신나는 브래스밴드 소리가 골목을 넘나들고, 저녁이면 붉고 푸른 불빛 아래 사람들이 모여들어, 프랑스와 스페인의 흔적이 뒤섞인 독특한 거리 풍경을 만든다. 매년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마디 그라(Mardi Gras) 챠챠 리듬처럼 뉴올리언스에는 언제나 남들과 섞이면서도 뭔가 다른 심장이 뛴다.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도시의 매력은 구슬픈 사연을 가득 품은 역사에서 시작한다. 뉴올리언스라는 이름은 1718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탄생했다. 당시 프랑스의 섭정이던 오를레앙 공작(Duke of Orleans)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 프랑스어로 ‘누벨 오를레앙(Nouvelle-Orleans)’ 즉 새로운 오를레앙이라는 뜻을 지녔다. 원래 뉴암스테르담이라 불렸던 뉴욕이 영국 국왕 찰스 2세의 동생 요크 공작의 이름을 기념해 뉴욕이라 불린것과 같은 원리다.
잔다르크의 정신이 담긴 도시의 유래
프랑스에 위치한 오를레앙(Orleans) 역시 중세 유럽사에서 중요한 도시다. 특히 오를레앙의 처녀라고 불리는 잔 다르크가 영국군으로부터 포위된 도시를 구했는데 그 도시가 바로 오를레앙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뉴올리언스 시내 한복판에는 프랑스에서 선물한 금빛 잔 다르크 동상을 볼 수 있다.

뉴올리언스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거쳐 미국까지 세 나라의 소유였던 땅이기도 하다. 그로인해 다양한 민족적 뿌리와 이민, 무역, 음악과 요리가 뒤섞일 수 밖에 없는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별명이 아메리카의 파리라 불리는 것 역시 이러한 복잡한 역사에서 기인한다.
길었던 역사, 짧았던 스포츠 역사
이처럼 기나긴 유럽사를 품은 뉴올리언스지만 스포츠와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다. 특히 뉴올리언스의 NBA 팀은 2000년대 초반에 본격 탄생했다.
처음에 뉴올리언스는 농구와는 조금 거리가 먼 도시였다. 오래전부터 NFL 뉴올리언스 세인츠과 같은 프로스포츠팀이 있었던 것과 달리 농구만큼은 유독 뉴올리언스와 거리가 멀었다. 사실 뉴올리언스는 거리 곳곳에서 재즈와 축제를 즐기는 것에 더 관심이 컸다. 뉴올리언스 최초의 프로 농구팀은 아주 오래 전인 1967년 ABA 리그에서 탄생했다. 그 팀 이름은 ‘뉴올리언스 버카니어스’ 하지만 당시 농구의 인기가 저조했고 팀은 금방 사라졌다.
하늘이 도운 탄생, 어부지리로 생긴 팀
그렇게 수십년이 흐른 2002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Charlotte)에 있던 NBA팀 ‘샬럿 호네츠(Charlotte Hornets)’가 뉴올리언스와 연결되기 시작한다. 샬럿의 구단주 조지 신이 문제였다. 그는 각종 구설수와 루머에 휩싸이며 지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구단 경영과 관련 갈등도 커지며 지역 팬들이 떠나갔다. 결국 지역사회와의 결속력 약화는 연고지 이전으로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팬들이 떠나가면서 수익이 줄어든 것도 주요 요인이었다. 결국 조지 신은 지역에서의 갑론을박을 뒤로한 채 연고지를 기존 샬럿에서 뉴올리언스로 옮기는 결단을 내린다.

하루 아침에 샬럿 호네츠는 미시시피강을 건너 뉴올리언스에 도착했다. 팀명인 호네츠는 그대로 둔채 샬럿은 뉴올리언스 호네츠로 연고지만 변경했다.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어부지리로 NBA팀을 갖게 됐다.
지역민들의 열망이 만든 새로운 농구팀
지역민들은 NBA팀이 생긴 것을 환영했지만 지역과 아무 관계가 없는 호네츠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반감이 컸다. 결국 지역을 중심으로 뉴올리언스에 걸맞는 팀이름으로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는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마침 2010년대 초반 구단주 교체와 NBA의 지역 사회 결속 강화 움직임 속에서 뉴올리언스는 루이지애나를 대표할 이름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2013년 뉴올리언스는 펠리컨즈라는 팀명을 갖게 됐다.

펠리컨, 정확히는 브라운 펠리컨은 루이지애나의 상징과 같다. 주 깃발과 주 문장에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찢는 펠리컨 그림이 있다. 이는 희생과 보호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기독교적 상징으로 쓰였다. 루이지애나 주민들은 특히 이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정신과 연결해 받아들였다.

실제로도 멕시코만 연안과 습지에 펠리컨이 많이 서식했기에 지역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새이기도 했다. 1960~70년대 살충제 DDT 사용으로 멸종 위기까지 갔지만, 복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늘어나면서 부활과 회복의 상징도 컸다. 결국 펠리컨은 루이지애나 사람들에게 지역의 자연, 문화, 회복력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던 만큼 새로운 팀명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다.
희생과 부활이 담긴 농구팀, 다름의 힘
결국 뉴올리언스 펠리컨즈라는 이름은 단순한 팀명이 아니라, 도시와 주 전체가 가진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담아낸 상징이 되었다. 재즈와 마디 그라로 대표되는 화려한 축제의 도시가 이제는 펠리컨즈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여 농구장을 채운다. 팀은 여전히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펠리컨이 보여주듯 위기를 딛고 다시 날아오르는 힘을 품고 있다. 뉴올리언스 펠리컨즈는 그 자체로 ‘다름’을 존중하며, 지역의 뿌리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특별한 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일경제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800억 손실난 걸 어떻게 감당하나…줄줄이 폐점만, 시름 깊어지는 홈플러스 - 매일경제
- “윤석열과 절연해야 한다”…안철수 말에 ‘결선 진출’ 김문수가 보인 반응 - 매일경제
- 김여정, 철거 의향 없다더니…북, 대남 확성기 2대 추가 설치 - 매일경제
- 한일 정상회담 시작…합의문에 “일본 정부 역사 인식 담길 것” - 매일경제
- “동족 잡아먹고 강력한 독으로 공격”…해안서 발견된 ‘푸른용’, 스페인 발칵 - 매일경제
- “6·27 대출규제 후폭풍”…서울 외곽 10억 이하 아파트 ‘풍선 효과’ - 매일경제
- [속보] 이재명 “통상안보 요동, 어느때보다 한일협력 강화”…이시바 “양국 협력 지역 전체에
- “어떻게 14살짜리한테”…친딸 수차례 성폭행한 40대 아빠 - 매일경제
- 외국인 보유 주택 10만 가구 돌파…절반이 이 나라 사람들이라는데 - 매일경제
- ‘김민재 폭풍 도움’ 케인 해트트릭 대폭발! 뮌헨, 라이프치히와 홈 개막전서 6-0 대승…‘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