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 가득한 맑은 국물… 쓰린 속 달래는 ‘숙취해소제’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용마산 인근 오랜 역사 해장국집
자리 앉으면 깍두기 등 기본 차림
짭조름한 고추장아찌 입맛 돋워
소 목뼈·선지·콩나물 한그릇 가득
밥 말아 한술 뜨면 숙취 눈녹듯이
맑은 국물에 마늘 풀면 또다른 풍미

열대야가 지나가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여름은 아침저녁 조금 수그러진 바람에서 다가올 가을을 은은히 느낄 수 있다. 그런 날씨에는 야장이 있는 선술집이나 횟집이 인기가 많은데, 아직은 습하지만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안주보다도 나을 때가 있다. 내 가게가 있는 서울 상봉동 먹자골목은 이 시기가 되면 손님들로 북적이는 동남아 야시장 같은 느낌을 준다. 상봉역부터 옛 상봉터미널까지 쭉 나열되어 있는 음식점들은 술집부터 고깃집, 탕집까지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이런 먹자골목이라는 곳들이 한 동네 건너 하나씩 있다 보니 대한민국은 정말 외식 강국이라고 볼 수 있다.

상봉동을 넘어 용마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래된 역사를 지닌 용마해장국이 있다. 이곳은 집과도 거리가 있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지독한 숙취에 시달리는 날이면 망설이지 않고 택시를 타고 찾아간다. 용마공원 입구에 위치한 이 집은 꽤 유명하다. 날을 잘못 잡으면 대기 줄을 서야 할 수도 있기에 눈치 게임을 잘해야 한다. 설령 대기를 한다 해도, 용마산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여유와 재미도 꽤 쏠쏠하다.

뜨거운 소 목뼈를 꺼내 놓고 식는 사이 선지를 한입 먹어본다. 어릴 적엔 느낄 수 없던 그 고소함은 나이를 먹는 것이 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소 목뼈는 씹는 맛이 꽤 있다. 젓가락으로 교양 있게 먹을 수 없기에 이곳은 연인보다는 친구와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 국물의 개운함은 분명 콩나물 덕분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선지와 소 목뼈를 먹다가 국물에 밥을 말아 콩나물과 함께 먹으면, 그때야 이제 숙취가 사라진다. 비워져 가는 뚝배기를 보며 웃긴 건, 그 고생을 했으면서도 이 개운한 해장국에 다시 소주가 생각난다는 것이다. 이미 옆 테이블은 낮술을 즐기고 있다.

콩나물은 데치듯 빠르게 끓여내야 비린 맛이 사라지고 은은한 고소함이 살아난다. 콩나물국밥은 지역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전주 콩나물국밥이 대표적이다. 뽀얀 육수 대신 맑은 국물을 택한 것도 술과 함께하는 일상에 맞춘 지혜다. 오징어를 송송 썰어 넣으면 깊은 맛이 더해진다. 해장국 한 그릇에 담긴 것은 단순한 해소가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위로다. 콩나물은 그렇게 평범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치유의 음식이라 생각한다.

<재료> 콩나물 100g, 닭가슴살 1개, 견과류 약간, 스파게티 면 3가닥, 애호박 50g, 새송이버섯 50g, 토마토 50g, 가지 50g, 마늘 10g, 베이컨 30g, 물 1L, 토마토소스 50g, 피시소스 15mL,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15mL, 그라나파다노 치즈 2g
<만들기> ① 닭가슴살은 견과류를 넣어 랩으로 말아 저온에서 15분간 쪄준다. ② 콩나물과 야채들은 1.5cm 크기로 손질한다. ③ 팬에 오일을 두르고 야채들과 베이컨을 볶아준다. ④ 토마토소스를 넣은 후 물을 붓고 끓인다. ⑤ 피시소스와 소금으로 간을 한다. ⑥ 스파게티 면을 넣고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뿌려 완성한다.
김동기 다이닝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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