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피해자들 발목 잡는 ‘소멸시효’ 3년… 개정 요구 목소리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일자 기준
선감학원 고령·유족 등 만료 우려

정부의 상소 포기 선언(8월6일자 1면 보도) 이후 불법행위로 인한 과거사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소멸시효’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십 년 전 발생한 사건임에도 민법상 일반 사건과 동일한 3년의 시효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인데, 시한이 두달여 밖에 남지 않은 선감학원 등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개선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따르면 선감학원 관련 국가배상 소송 법률지원 접수를 소멸시효가 만료되는 올해 10월까지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불법행위 피해자 등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소멸하는 제도다.
현재 민법과 판례 등에 따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과거사 국가배상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걸로 보고 있다. 오는 10월 20일은 선감학원 사건이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배상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다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진화위를 통해 피해를 공식 인정받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거나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등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와 유족 중에선 아직 미참여자가 여럿 있다는 게 피해자 대리인단 측의 설명이다.
이에 국가폭력 관련 과거사의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과거사의 경우 수십 년이 지난 사건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 사실 입증과 증거 등도 확보해야 해 시간적 여유도 적다.
특히 지난 5일 선감학원과 형제복지원에 대한 법무부의 국가배상 상소 포기 발표 이후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만료를 앞둔 과거사 국가배상의 참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형제복지원은 2022년 8월 진실규명이 결정됐고, 부산의 영화숙재생원 사건과 삼청교육대 등 과거사 피해자들도 최근 대통령실 앞에서 각각 피해배상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현재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의 방안이 담긴 진화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선감학원 피해자 대리인단 관계자는 “통상 재판부가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 일자를 기준으로 3년의 소멸시효를 판단한다”며 “피해자 중에선 고령이라 아직도 국가배상 관련 소식을 몰라 사건 의뢰를 못 하고 있거나 충분한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유족이 신청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어 불의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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