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순애보' 발언…윤석열 부부 서사가 바뀌었다 [정치 인사이드]

이슬기 2025. 8. 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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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남편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김건희 여사가 최근 접견 과정에서 했다고 전해진 이 발언이 정치권을 달궜다.

김 여사의 순애보적 발언에 정치권이 반응하는 것은 그가 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아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의 순애보적 발언이 구속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전해진 셈인데, 정치권에서는 정치인 본인이 직접 호소하기 어려운 '동정심 마케팅'을 배우자가 대신 수행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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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가 죽어야 남편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김건희 여사가 최근 접견 과정에서 했다고 전해진 이 발언이 정치권을 달궜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슨 열녀 났느냐"며 "법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신파가 아니다. 국민 전체가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김건희의 신파극, 순애보는 국민 감동이 없다. 사랑은 그렇게 표현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의 순애보적 발언에 정치권이 반응하는 것은 그가 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아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의도와는 별개로, 김 여사의 발언은 단순한 심경 토로가 아니라, 정치적 파급 효과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선 '소탈한 남편' 강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과 취임 초기, 아내인 김 여사를 챙기는 '가정적 남편' 서사의 중심에 있었다. 김 여사에게 밥을 해주고 일상적인 생활을 챙기는 장면이 자주 소개됐다. 

김 여사는 2022년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이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남편이 결혼할 때 평생 집밥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지키고 있다. 국민과 한 약속은 더 잘 지킬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밥 해주는 남편' 발언은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윤 전 대통령에게는 권위적 이미지를 완화하고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모를 보여주는 전략으로 작동했다. 검찰총장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중화해 '의외로 가정적'이라는 평가를 이끌었다. 이는 중도층 지지 확장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뒤바뀐 상황에 부부 서사도 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스1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김 여사가 '남편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부부 관계의 서사가 뒤바뀐 것이다. 

김 여사는 구속 후 첫 특검 조사를 받은 지난 14일에는 "내가 다시 내 남편(윤 전 대통령)과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김 여사가 특검 조사 중간 휴식 시간에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순애보적 발언이 구속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전해진 셈인데, 정치권에서는 정치인 본인이 직접 호소하기 어려운 '동정심 마케팅'을 배우자가 대신 수행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김 여사의 발언이 전해진 뒤 "마음이 아프다. 여사님 건강하시길 기도한다", "꼭 버텨내셔야 한다. 제발 주변 분들 도와달라", "누구 좋아하라고 죽나. 반드시 건강 회복하셔야 한다", "국민들이 있다. 힘내시라"는 등 응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런 이미지 변화가 정치적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지층 결속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감성 호소로 비칠 경우 오히려 강력한 반발을 부를 수 있어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배우자가 메시지의 중심이 되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라며 "김 여사의 발언이 계속 공개된다면, 이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붙는 건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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