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핵동결→폐기안' 통할까…"북한, 비핵화 검증 매번 회피"

김인한 기자 2025. 8. 2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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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핵동결-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를 거론했지만 자칫 '북핵 용인'의 결과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미국과 북한이 3차례 정상회담에 나섰음에도 비핵화에 실패한 전례에 비춰볼 때 추후 핵동결-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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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핵동결 합의하더라도 北 검증 회피 가능성…북핵 용인하고 대북제재 해제 결과만 초래할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특수작전부대를 시찰한 모습. / 사진=뉴스1(노동신문)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핵동결-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를 거론했지만 자칫 '북핵 용인'의 결과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이후 약 40년 간 '비핵화'를 수차례 약속했음에도 검증 과정에서 이를 거부했던 전례처럼 핵동결을 합의해도 검증을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단계적 비핵화' 발언에 대해 "북핵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비핵화 경로에 있어 북한을 일단 정지시키고(동결), 유턴해서 되돌아오게 하고(축소), 원점까지 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정책과 관련해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며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북핵 관련 접근은 핵동결을 '대화의 입구'로 보고 핵폐기를 '대화의 출구'로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동일한 기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미국과 북한이 3차례 정상회담에 나섰음에도 비핵화에 실패한 전례에 비춰볼 때 추후 핵동결-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웃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DB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에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내 영변 핵시설 외에도 5개의 핵시설에 대해 해체를 요구했으나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에도 비핵화를 약속했으나 검증 단계에서 사소한 흠을 잡아 관련 약속을 깼던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추후 한미 양국과 북한이 핵동결을 전제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하더라도 이를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만 용인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카드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핵동결은 선언 뿐 아니라 신고와 검증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를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한국은 약 30년 간 6자회담 등 다양한 형태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했으나 '검증 단계'에서 이를 넘어가질 못했다"며 "북한이 최근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첫 단추를 끼우는 것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핵동결을 전제로 한 북핵 폐기가 이뤄지려면 '김정은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 등의 협상 카드로 한미 양국이 긴밀히 거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은 현재 핵무기 기술이 사실상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과 협상할 이유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추후 협상이 이뤄진다면 러시아가 줄 수 없는 대대적인 경제 개발과 북한 지원 등의 협상 카드를 반드시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미국과 북한이 추후 핵동결을 전제로 한 비핵화에 합의했을 때 북한이 검증과 국제사회의 사찰을 회피하지 않도록 확실한 안전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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