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균 역지사지] 치맥 페스티벌과 옥토버페스트

치맥 페스티벌은 대구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다. 치킨과 맥주를 주제로 펼쳐지는 대규모 행사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놀자판이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한 이벤트다. 십여 년 전 시작된 치맥 축제는 해마다 수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대구는 여름 날씨가 무덥기로 소문났다. 그런 곳에서 열리는 치맥 페스티벌에 전국의 치킨과 맥주 애호가들은 처음부터 큰 관심을 보였다. 치킨에다 맥주를 곁들이다 보니 주로 대학생 이상의 성인들이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고등학생들까지 많이 왔다고 한다. 미성년자들은 맥주를 주문하기 어렵다는 걸 뻔히 알면서 맛난 치킨을 실컷 먹으려고 축제에 참여한 것이다. 올해 칠월 초부터 닷새 간 진행된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도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세계적으로 소문난 맥주 축제는 지구촌 곳곳에 있다. 일본 삿포로나 체코 플젠, 중국 칭다오와 하얼빈 등지에서 비슷한 성격의 잔치가 벌어진다. 특히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역사와 전통을 잘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시대적 감각까지 반영하는 축제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옥토버페스트를 최고로 친다. 가을이 오고 옥토버페스트 시즌이 되면 세계인들은 그 축제 장소로 잘 알려진 테레지엔 비제(Theresien Wiese)를 생각한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테레지엔 비제는 아주 넓은 공간이다. 축제 기간에 그곳에는 크고 작은 맥주 천막이 들어선다. 일부 대형 시설은 한꺼번에 수천 명을 수용할 정도로 거대하다. 행사장 천막 내부는 거의 모두 관광객들로 꽉 차고 밖은 줄 지어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과 축제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뮌헨의 전통 양조장 맥주를 판매한다. 비록 축제에서 여러 지역의 맥주를 골고루 맛보지 못하니 아쉽기는 해도 실망하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뢰벤브로이를 비롯한 뮌헨의 상징적 양조장들이 저마다 독특하고 특별한 맥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대표 축제다. 엄밀하게는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의 잔치다. 이 세계적 대축제 때는 테레지엔 비제뿐만 아니라 도시 전역에서 바이에른 고유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주민은 자부심을 느끼면서 대대로 전해오는 고장의 옷을 차려입고, 구경꾼들은 축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그 지역 복장을 한다. 지역 의상 입기는 뮌헨 옥토버페스트의 중요한 상징이고 인상 깊은 재미 요소다.
또 옥토버페스트는 맥주 축제다. 긴 역사를 가진 독일 맥주는 축제의 성공에 절대적 요소다. 실제로 독일은 오랫동안 양질의 맥주 생산에 공들여 왔다. 천년 이상에 걸쳐 애쓴 결과 노하우와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맥주에 대한 독일인의 부심은 상상 이상이다. 프랑스인이 자국 포도주를 세계 최고라고 믿는 것처럼 독일인들도 자국산 맥주를 으뜸으로 꼽는다. 이러한 자신감 속에 독일인들은 그저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일 맥주의 세계적 위상을 드높인다는 사명감으로 정성을 다해 축제를 준비한다.
요즘 사람들은 매사에 적극적이다. 지구촌 어디든지 마음 끌리는 스토리가 있고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있는 곳이면 기꺼이 짐을 싼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는 그런 얘깃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도시의 역사와 축제의 떠들썩한 소란이 남녀노소를 끌어당긴다. 옥토버페스트 방문객은 매해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참가자 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날씨다. 축제 일정 내내 날씨가 맑고 따뜻할 때 테레지엔 비제는 더 북적거린다. 맥주와 통닭이 더 잘 팔린다. 지난해에는 7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옥토버페스트를 찾아서 귀한 시간과 돈을 썼다.
폭염이 끝나 간다. 한낮 땡볕이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제법 선선하다. 이럴 때 문득 무더위 속에 열렸던 치맥 페스티벌과 이번 가을에 개최되는 독일 뮌헨의 맥주 축제가 떠오르는 게 신기하다. 요즘 들어 세상사가 하도 답답하다 보니 시끌벅적하게 맥주 마시고 치킨 먹는 이벤트가 생각난 모양이다.
오창균(전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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