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 기술 '꿀벌 실종' 막는다[벌통을 열다]

[파이낸셜뉴스]정부 ‘꿀벌 보호’ 연구가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유관기관에서 이달 들어 잇달아 농업·생태계에 중요 역할을 하는 꿀벌의 질병을 치료하고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 개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년간 예산을 들인 효과다. 여럿 부처가 공동연구하고 기업·대학이 함께하자 꿀벌 연구 정책이 힘을 받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제놀루션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꿀벌 낭충봉아부패병 유전자치료제 ‘허니가드-R 액’이 상용화에 돌입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의 애벌레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번데기로 발육하기 전에 폐사에 이르게 되며 감염력이 높고 피해가 매우 커서 제2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국내 토종벌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돼 2011년까지 꿀벌 봉군 약 42만군 중 75% 이상이 감소하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에 상용화된 유전자치료제는 RNA 간섭 기술을 이용해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 서열을 표적화함으로써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고 꿀벌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RNA 간섭 기술은 이중가닥 RNA를 핵심 물질로 사용하는데, 이중가닥 RNA는 꿀벌 체내에서 작은 간섭 RNA(siRNA)로 분해돼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 발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검역본부와 제놀루션이 협력해 유전자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공공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이뤄낸 대표적인 기술이전 성과다. 검역본부와 제놀루션은 경구투여로 전신에 RNA 간섭 효과가 전달되는 꿀벌 생리학적 특성을 활용해 설탕물과 섞어 체내 전달 문제를 해결했다. 핵심 물질로 사용하는 이중가닥 RNA 대량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 최초로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주요 작물의 수분 매개자인 꿀벌의 질병 저감을 통해 농업 생산성과 경제적 이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꿀벌은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꿀벌의 질병 예방은 생태계 균형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하면서 “검역본부와 제놀루션의 공동연구로 개발·상용화된 낭충봉아부패병 유전자치료제가 꿀벌 개체수 감소를 막아 국내 양봉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꿀벌 기생충인 ‘응애’를 찾아내는 기술을 세계 최초 개발했다고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응애를 여름철 미리 발견하면 겨울에 꿀벌이 떼로 죽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철에도 벌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 양봉농가 소득은 늘어날 전망이다. 1㎜ 크기 응애를 눈으로 찾아야 했던 수고로움도 AI가 30초면 판별할 수 있다.
농진청은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BeeSion)를 강원대학교 모창연 교수 연구팀과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꿀벌응애란 벌집 안에서 꿀벌에 기생해 발육에 직접 피해를 주거나 바이러스를 매개해 질병을 전파해 폐사를 유발하는 해충이다. 꿀벌응애 성충 크기는 가로 1.6㎜ 세로 1㎜로 매우 작아 방제가 어렵다. 세계적으로 꿀벌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알려졌다.
검출장치는 AI를 활용해 벌집판을 촬영하면 30초 내에 꿀벌응애 존재 여부를 자동 판별할 수 있다. 벌집판을 거치대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가 응애를 찾는다. 벌통 당 전체 응애 개체 수에 따라 △검사 주기 확대 △방제 필요 △주의 단계 △집중 방제 △위험 수준 등을 판단한다. 꿀벌응애 분석 정확도는 97.8%에 달한다. 응애를 포함해 16가지 병해충 및 생육 정보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방혜선 농진청 농업생물부장은 “AI 장치를 활용하면 양봉 현장에서 꿀벌응애 등 병해충 발생과 꿀벌 이상 징후를 미리 발견해 먼저 사양 관리함으로써 꿀벌의 폐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장치를 벌통 150개 규모 사육 양봉장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867만원 수익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이중 525만원은 벌 피해가 없어서 발행하는 이익이다”고 말했다.
꿀벌 집단폐사는 여름철 응애로 인해 약해진 꿀벌이 겨울을 나지 못해서 발생한다. 꿀벌응애 번식이 활발한 여름철 AI를 활용해 응애를 발견하면 사전에 꿀벌을 관리할 수 있다. 벌무리를 여름과 가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무사히 겨울 나기를 하면 봄에도 벌무리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이가 많은 양봉인이 고온 다습한 여름철 야외에서 꿀벌응애를 찾아내는 어려움을 AI가 덜어줄 수 있다.
농진청은 현재 장치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쳤다. 올해 산업체에 기술이전해 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 현장 실증을 거쳐 2028년부터 전국 양봉농가에 본격 보급할 계획이다. 방 부장은 “이번 성과는 경험에 의존하던 양봉에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첫 사례로 정밀 사양관리와 병해충 예찰 자동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 기관은 지구 온난화 등 환경변화로 인한 꿀벌 서식지와 개체수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꿀벌 보호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 필요성이 있어 연구를 진행했다. 꿀벌 보호를 핵심으로 각각 서로 다른 연구 목표를 두고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달 11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선 ‘기상이변 꿀벌 다부처 공동연구사업’ 심포지엄이 열렸다. 다부처 공동연구 중간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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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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