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심장, 커피 기름 [休·味·樂(휴·미·락)]

2025. 8. 23. 04: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약배전의 밝은 산미와 과일 향을 선호하는 커피 문화가 확산하면서 커피의 향을 둘러싼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스러울 때가 있다.

에스프레소의 크레마, 프렌치 프레스 위에 얇게 뜨는 오일 막, 드립 커피 표면에 반짝이는 기름방울들에서 커피 향은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듯 퍼져나간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커피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커피 강의를 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원두에 기름기가 도는데, 마셔도 괜찮을까요?" "그 기름은 왜 생기는 건가요?" 대부분 원두 표면에 뜨는 '반질반질한 기름'을 두고 하는 질문들이다. "상한 것 아닌가요?" "커피에서 '쩐내'가 나는데, 왜 그럴까요?"라며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들 사이에서도 '기름이 보이는 원두'는 종종 불쾌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약배전의 밝은 산미와 과일 향을 선호하는 커피 문화가 확산하면서 커피의 향을 둘러싼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스러울 때가 있다.

커피의 향 성분은 대부분 지용성이다. 즉, 기름에 녹는 분자다. 커피에서 이 지질 성분이 사라진다면 본연의 향도 절반은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고소한 향, 초콜릿, 너트, 스파이스 같은 복합적인 아로마는 거의 모두 커피 오일에 담겨 있다. 원두 표면에 배어 나온 기름이 있다는 건 오히려 향이 녹아 있는 신호라고 보면 된다. 에스프레소의 크레마, 프렌치 프레스 위에 얇게 뜨는 오일 막, 드립 커피 표면에 반짝이는 기름방울들에서 커피 향은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듯 퍼져나간다.

기름이 배어날 정도로 강하게 볶은 원두에서는 방앗간에서 갓 짜낸 참기름처럼 진한 향이 피어올라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어찌나 근사한지, 이 향만 모아 향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문제는 기름이 공기와 만나면 산화한다는 점이다. 원두의 오일 성분은 로스팅 온도와 시간에 따라 표면으로 드러나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향은 금세 휘발되고 오일은 산패한다. 좋은 향은 급격히 사라지고 쩐내가 나며 맛도 떨어진다.

관건은 '기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기름이 살아 있는가, 즉 신선한가 아닌가이다. 향은 오일에만 녹아나지만, 동시에 산화해 향을 잃기 쉽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잘 볶고 잘 추출하는 것만큼이나 더 중요한 것이 잘 보관하는 일이다. 혹은 상하기 전에 빨리 먹을 것. 무엇보다 산소, 빛, 습기, 열로부터 멀리 둘 것.

좋은 커피란 좋은 향을 간직한 커피이며 그 향은 기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약배전의 밝은 산미를 즐기는 이들이 강배전 커피의 오일을 꺼리는 건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커피의 깊은 향은 '기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커피 오일이야말로 살아 있는 향을 품은 심장이니까.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