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어게인’ 후보끼리 맞붙게 된 국민의힘 결선

2025. 8. 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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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 끝 반탄 후보 2인 결선 진출


누가 되든 반상식적 수구 노선 고수 우려


변화와 혁신 없으면 국민과 더 멀어질 것
국민의힘의 새 대표 후보가 김문수·장동혁 두 후보로 압축됐다. 22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두 후보는 득표율 상위 2인으로 집계돼 24~25일 재투표를 통해 최종 승부(26일 발표)를 겨루게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대선에서 패배해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운명을 판가름할 기로였다. 그러나 탄핵에 반대해온 두 후보의 결선 진출로 여전히 상식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있는 한계를 확인시켰다.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당선자도 반탄계가 3명(김민수·김재원·신동욱)으로 1명(양향자)에 그친 찬탄계를 눌렀다.

20일간 이어진 전당대회 과정은 몇달 전까지 집권당이었던 107석 공당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냐는 탄식을 자아낼 정도였다. 당 대표 후보들은 넉 달 전 결론 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탄(안철수·조경태)과 반탄(김문수·장동혁)으로 갈려 진흙탕 비방전에 올인했다.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전한길씨 유튜브에 앞다퉈 출연하는가 하면 윤 전 대통령을 재입당시키겠다는 말까지 했다. 전씨가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자 “징계는 부당하다”며 감쌌고, 결국 전씨는 징계라 부르기도 민망한 ‘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찬탄파끼리도 갈라져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끝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찬탄·반탄파 싸움이 가열되면서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이 분당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투표율이 44.39%에 그쳤다. 2020년 9월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전투구 그 자체인 진흙탕 전당대회에 중도파 당원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당원 선거인단 80%와 일반 여론조사 20% 비율로 치러져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었던 투표 구조도 중도파 당원의 외면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1야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하니 집권당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당 대표가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인사조차 하지 않는 가운데 방송 3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논란 법안들을 잇달아 강행 처리하고 있다. 집권당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제1야당의 무력한 모습은 민주주의와 의회 정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독주하는 정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무력화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번 전당대회는 과거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국민의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의힘이 다소 반등한 여론조사가 이어지자 반성과 성찰 대신 “언제까지 사과와 내부 총질만 해야 하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조국·윤미향 사면과 강선우·이춘석 파동 같은 여권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할 뿐이다.

26일 선출될 새 대표가 무너진 국민의힘을 재건하려면 ‘반(反)이재명’만 외치며 반사이익으로 연명하려는 안이함부터 버려야한다. 무엇보다 윤석열 부부와 단호하게 절연하고, 전당대회를 거치며 더욱 깊어진 계파간 갈등의 골을 메우는 데 전력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의 정서에 영합하며 ‘윤 어게인’같은 퇴행적 구호만 외친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뼈를 깎는 혁신으로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가 목전이다. 빠른 시일 안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새 지도부도 조기에 붕괴하고 비대위 체제로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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