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오만에 맞서 질문하는 기자들

언론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고, 유튜브·팟캐스트 같은 뉴미디어로 점점 더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는 진부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모든 사안이 정치화하다 보니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사실을 보도해도 양쪽 모두에서 비난받는 일이 많아졌다. 기자를 콕 집어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늘어놓기도 하는데, 그것도 이 업(業)의 일부라 생각해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인신공격을 넘어 개인과 가족 신상까지 들춰 내는 패악질에 속앓이를 하는 동료를 여럿 봤고, 그러다 업계를 떠나버린 이도 꽤 된다.
수정 헌법 제1조에 명시한 ‘언론의 자유’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트럼프 시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보면 극한 직업 그 자체다. 대통령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다변가라는 점도 이들을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요인이지만, 면전에서 “아직도 거기 안 망했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하는 모욕적 언사를 덤으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관이 ‘말종’ 같은 단어를 써가며 기자를 훈계하고, 대변인은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몰려가는 기자들을 보며 “와, 가짜 뉴스들이 움직인다”며 웃는다. 이건 바이든 정부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자를 두고 공개 석상에서 “천하의 개자식”이라 말한 적도 있다.
갓 출범한 한국 새 정부의 대통령실에서도 트럼프 백악관이 롤모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변인이 “소통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겠다”며 카메라를 들이밀었을 때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갔다. 한국정책방송원(KTV) 같은 곳에서 1차로 원재료를 올리면 친여(親與) 성향 방송사나 유튜버들이 이를 가공해 무수히 많은 숏폼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거기에는 ‘쩔쩔매는 A 기자, 헛소리하는 B 기자, 한 방 먹은 C 기자’ 같은 자막이 붙는데 댓글 창마다 저주의 굿판이다. 비서실장이 “윤석열 정부 때는 그런 거 물어봤냐”라며 면박을 주고 국무총리가 “어디 소속이냐”고 되새김질을 하면 극성 지지층에게는 그것이 유의미한 좌표로 해석된다.
‘국민의 알 권리와 브리핑의 투명성’을 위해 대변인과 기자 모두 얼굴을 공개하자는 그 취지에 동의한다. 양측이 표현 하나하나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실수하면 영상에 박제되니 브리핑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얄팍한 의도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가 기사 잘못 쓰면 책임지는 게 맞지만, 묻지 마식 비난이 정도를 모르다 보니 당연히 할 법한 질문도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격’으로 간주돼 많은 출입 기자가 사이버 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래도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없는 게 업의 본질 아니겠나. ‘통제 가능하다’는 오만에 맞서 오늘도 하나라도 더 묻기 위해 손을 드는 기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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