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수출 족쇄 풀리나”…한수원, 미국과 합작사 만들어 수출지역 제한 피한다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5. 8. 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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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WEC와 사업대상 국가 논의
미국 외 전세계에서 수주 가능
수익배분·지분 등은 협의 필요
한수원·한전 영역 정리해야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설립을 검토 중인 조인트벤처(JV)의 사업 영역이 ‘미국 원전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작사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원전 수주 활동을 펼칠 수 있어 올해 1월 지식재산권 합의로 설정된 ‘K원전 수출 지역 제한’을 우회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불공정 계약 논란을 상당 부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WEC와 합작사를 설립해 전 세계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JV의 사업 영역은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의 원전 시장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JV가 설립되면 한수원과 WEC가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모두 공동 진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구상대로 JV가 설립되면 지재권 합의 결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WEC와 지재권 합의를 통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유럽연합 가입국(체코 제외)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에서 원전 수주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합작사가 설립되면 수출 지역에 제약 없이 수주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합작사를 통해 원전을 수주하게 되면 지재권 논란 없이 안정적인 원전 수출이 가능하고,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원전 경쟁사들의 시비도 상당 부분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WEC 역시 한수원과 손잡으면서 K원전의 밸류체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돼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당초 합작사 설립 건은 오는 25일(현지시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다만 지분 투자 등 합작사 설립에 양사가 얼마만큼 기여할 것인지, 향후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추가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주호 사장을 비롯한 한수원 고위 관계자들도 23일 미국을 방문해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협업으로 최근 들어 불거진 불공정 계약 논란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원전 수출에 대한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6년부터 정부가 마련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지금껏 한전과 한수원은 이원화된 수출 전략을 펼쳐왔다. 한전은 미국·영국·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 등 12개국을, 한수원은 유럽연합·캐나다·필리핀 등 24개국을 맡는 식이다.

문제는 당장 미국 시장부터다. 지금까지 미국 원전 시장은 한전의 몫으로 구분돼왔는데, 합작사가 미국 내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한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자회사인 한수원이 모회사인 한전을 ‘패싱’하고 WEC와 함께 원전 수주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원전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원전 수출을 둘러싼 한전과 한수원의 불편한 관계는 지속적으로 잡음이 나오는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지난해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담 이후 아프리카 측에서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수출을 타진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한수원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정부가 한전을 논의 창구로 정해 원전업계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이원화된 수출 구조가 합작사 설립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WEC와의 합작사 설립에는 한수원만 참여하고 있는데, 한전이 최근 들어서야 한수원·WEC 간 합작사 설립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업계에서는 WEC가 한전과 한수원의 원전 수출을 둘러싼 경쟁 관계를 역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작사 설립 협상을 끌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역시 이원화된 수출 구조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원전 수출 체계 개선 방안 자문 용역에 착수했고, 내년 상반기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산업부는 자문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대안을 두고 장단점을 비교해 개선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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