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만의 가치 앞세워, 강대국 얽힌 냉혹한 북극항로 역할 찾는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재)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신개념 지식융합토크콘서트 '제13회 테크플러스(tech⁺) 제주'가 22일 오후 3시 제주한라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올해 테크플러스 제주는 '북극항로'를 주제로 열렸다. 발표자는 김기태 북극물류연구소 연구위원,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기후변화융합학부 교수,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지속성장지원실장이 나섰고, 유서영 소풍벤처스 팀장 진행으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오영훈 지사는 특별 인사를 남겼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다. 북극항로는 북극해양로(북동항로), 북서항로, 북극횡단항로까지 세 가지로 나뉜다. 북동항(1만5000km)로는 러시아가 실효적 지배, 북서항로(1만3000km)는 캐나다 관할이다. 북극횡단항로는 중립적이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기준으로 수에르 운하 혹은 희망봉을 지나는 기존 남방항로의 거리는 2만km를 훌쩍 넘고 40일에서 최장 50일까지 소요된다. 운항 도중 해적 등 위협 요소도 존재한다. 그러나 북극항로(북동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5000km, 30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운항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러시아를 비롯한 인접 국가들은 북극항로 확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해양수산부가 올해 7월 '북극항로 TF팀'을 본격 가동하고,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에 돌입하는 등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관 이전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올해 테크플러스 제주 발표자들은 앞으로 도래할 북극항로 시대에 제주의 역할은 무엇인지 저마다의 생각을 남겼다.
행사 시작에 앞서 영상 인사를 남긴 김상협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 사무총장은 "북극항로는 단순한 운송항로가 아니다. 발전과 보존, 기후대응, 미래개척을 함께 공유하는 의지와 역량의 총체라 할 수 있다"며 "제주가 만들어갈 탐라 해상왕국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발표자로 나선 김기태 연구위원은 북극항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북극항로가 기존 남방항로를 대체하는 역할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은 지극히 우리 기준에서의 정의라고 강조했다. 북극항로는 북극해 연안의 53%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북극항로 연안과 내륙에서 생산되는 석유, 가스, 철광석 등의 자원을 유럽과 아시아로 보내는 개념이 더 크다.
북극항로에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북극해항로는 러시아 공기업인 '러시아원자력공사'가 관할하고 있으며, 러시아 관할 북극해항로는 4개의 바다, 28개 해역으로 구분된다. 러시아 정부는 1932년에 만든 북극해항로부터 북극해운송회랑, 대북극해항로, 북극횡단수송회항까지 항로를 확장하고 있다.

김봉철 교수는 북극항로를 포함한 북극 개발시대에 예상되는 문제들을 짚고, 그 속에서 한국과 제주가 어떤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지 전망했다.
김봉철 교수는 북극을 인식할 때 필요한 기준으로 ▲환경 ▲자원 ▲활동을 제시했다. 북극은 고유한 환경 속에 막대한 자원을 지니고 있는데, 환경과 자원은 현재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는 한 편으로 위기라고 말하지만, 반대편으로는 개발 가능성으로 인식된다.
현재 북극은 해수온도 상승으로 어족자원이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5년까지 북극해 어획 생산은 5%에서 4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각종 광물과 천연자원도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익 가능성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갈등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봉철 교수는 "국제사회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때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이해관계 쏠림이 없고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주체가 그런 역할이 가능한다. 대한민국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생태계의 능력을 활용하는 '청색기술'을 통한, '청색경제'가 북극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색경제는 인간의 필요성에 부응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 개념을 의미한다.

정귀일 실장은 보다 상업적이고 각국의 이익을 기준으로 북극항로와 제주의 역할을 고민했다
북극과 북극항로에 대해서는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 등 강대국들이 경제적·군사적 이유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정부 협의기구인 북극이사회는 폐쇄적인 운영과 낮은 규범 형성력으로 현실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기에 정귀일 실장은 북극을 두고 "신냉전의 전장"이라고 규정했다. 지정학적 가치로 인해 각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요충지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유엔이 정한 해양법(UNCLOS)에서는 북극해 연안국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주면서,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공백이 존재한다.
현재 북극항로 운영 방향이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받아서 가공하는 거점항만 개발 ▲고정항로 구축 ▲컨테이너 정기선까지 세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귀일 실장은 제주 주변의 상황을 보다 냉정히 보자고 제안했다. 거점항만 개발에 있어 이미 중국이 많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귀일 실장은 제주의 역할을 '제주형 다극해상루프 전략'으로 제안했다.
제주형 대극해상루프 전략은 부산 같은 단일 거점 중심의 선형 물류 흐름이 아니라, 여러 지역 거점이 해상 네트워크 상에서 상호보완적 환적과 연계를 반복하며 순환형 루프를 이루는 복합 물류 체계다. 어느 한 지점이 끊겨도 대체 가능한 다단계 환적 항구로 제주의 가능성을 점치는 셈이다.

세 발표자는 토크콘서트 순서에서 북극항로 시대에 제주가 발휘할 장점을 모색했다. 그것은 경쟁이 아닌 제주만이 가진 특징을 살리는 것이다.
김기태 연구위원은 "제주는 북극이사회에 한국과 동일한 옵저버로 참여한 싱가포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북극이사회에서 해수면 상승, 남방항로로서 환적항의 기능 악화를 강조하고 있다. 제주 역시 북극항로에 있어 고유한 친환경 가치와 해수면 상승을 앞세워 네트워크를 형성해 존재감을 보이라"고 제안했다.
김봉철 교수는 "각종 분쟁 발생에 있어 평화의 섬 제주가 분쟁 해소의 장으로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제주는 재주가 많다. 평화, 인간, 환경, 기술 등의 가치를 앞세워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찾아보자"고 밝혔다.
정귀일 실장은 "제주와 칭다오를 잇는 항로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향후 조성할 제주신항에서 북극항로에 대비할 역할을 담고, 항공과 해상을 연결하는 다각적인 체계도 만들면 어떨지 생각해본다"고 주장했다.


오영훈 지사는 마무리 인사로 무대에 오르면서 "북극항로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탐라 해상왕국을 다시 어떻게 열지는 제주인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과제가 아닐까 싶다"며 "최초 제주신항 개발 계획을 보면, 화물선석 계획이 빠져있었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화물선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제주신항 계획도 수정됐다. 제주와 칭다오 항로가 열리고 나서 제주에 어떤 경제적인 영향을 줄지 잘 관리하면서, 제주도정은 새로운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테크플러스 제주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회 변화와 밀접한 기술(T), 경제(E), 문화(C), 인간(H)을 주요 모티브로 2013년부터 개최되며 미래를 조망해온 신개념 지식융합토크콘서트다. 테크와 창의력을 융합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생각이나 지식을 공유하고 창의융합패러다임을 제주에 확산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