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특수교사, 과도한 업무에 '상황 안 달라져' 좌절감 시달리다 사망"

이환직 2025. 8. 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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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요약본 보니
과밀 학급서 매주 25~29시수 수업
보고서 "교육당국, 특수교육법 위반"
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 24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비상대책위 제공

지난해 숨진 인천 초등학교 특수교사의 사망원인이 과중한 업무에도 실질적 지원이 없어 누적된 심리적 스트레스였다는 진상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운동을 좋아하는 신체 건강한 30대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다른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천시교육청이 법령상 의무 안 지켜"

22일 공개된 특수교사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보고서 요약본을 보면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0월 24일 발생한 4년 차 특수교사 A씨의 비극과 공무수행 사이에 충분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는 "고인은 법정 정원(6명)을 초과한 과밀학급에서 난이도가 높은 중증장애 학생들을 맡은 유일한 특수교사로, 과도한 수업시수와 행정 업무에 시달렸다"며 "그럼에도 인천시교육청과 남부교육지원청은 학급 증설과 교사 추가 배치라는 실질적 지원을 하지 않아 신체 건강 악화 및 심리적 스트레스 가중으로 고인이 사망에 이르는 영향을 줬다"는 조사 결과가 담겼다.

A씨가 근무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자가 줄면서 특수학급도 2학급에서 1학급으로 축소됐다. 그러다 한 명이 전학해 정원을 초과한 과밀학급이 됐고, 일반 학급에서 한 명이 더 넘어오면서 특수학급 인원이 8명으로 늘었다. 통학 학급에 있는 완전통합 특수교육 대상 4명까지 포함하면 학생이 12명이나 됐다.

A씨는 중증장애 학생이 포함된 특수학급을 맡아 일주일에 최대 29시수를 감당했다. 계획서상 수업시수는 21시수였지만 현실은 매주 25~29시수였다. 최대 29시수는 주 5일 기준 하루 빼고 매일 6교시 수업이다. 지난해 31주 동안 근무한 A씨는 21주(67.7%)를 25시수 이상 수업했다. 또한 정규 업무시간 외에도 초과근무를 했고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에는 학생을 지도하다 허리를 다쳤으나 병가를 쓰지 못하고 학교 보건실에서 임시 처방을 받기도 했다.

이런데도 사망할 때까지 학급 증설이나 교사 추가 배치는 없었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초·중학교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6인을 초과할 경우 2개 이상 학급을 설치해야 하며 특수교사가 담당할 수 있는 학생 상한도 6명이다. 진상조사위는 "시교육청이 법령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무수행 이외 스트레스 요인 확인 안 돼"

인천 특수교사 사망사건 진상 조사 결과 보고서 요약본. 진상조사위원회 제공

A씨 심리 부검에서도 공무수행에 따른 어려움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심리 부검 결과 "정신적 피로도 등이 쌓인 가운데 2024년 2학기가 돼도 학급 증설이나 교사 충원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감과 자포자기 심정, 무력감이 증폭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도출됐다.

진상조사위는 A씨의 업무 과중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개입도 부족했다고 짚었다. A씨와 학교 측이 지난해 3월부터 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학급 증설이나 교사 투입은 없었다. 교육 당국은 '학기 중 증설은 안 된다'거나 한시적 기간제 교사 추가에 대해 '1학급 9명 기준을 넘지 않아 지원 대상 학교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특수교사가 아닌 지원 인력과 자원봉사자를 보냈지만 실질적 도움은 되지 못했고, 오히려 A씨의 업무 과중을 유발했다. 지난해 A씨가 접수하거나 생산한 공문이 총 332건인데, 이 중 54건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지원 인력 채용 등과 관련된 기안문이었다. 결국 학급 증설 등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채 과밀학급을 감내하도록 강요 받은 상황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중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진상조사위는 "공식 지침 없이 임의로 1년 단위 학급 증설을 관행적으로 하고 법 규정에 어긋나는 한시적 기간제 교사 배치 기준(정원 3명 초과)을 두면서 고인의 지속적인 도움 요청에도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위법 상태를 해소하지 않은데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특수교육 행정 지원과 집행 방식을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지난달 24일 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시교육청에 도성훈 교육감의 자진 사퇴와 이상돈 부교육감의 파면 등을 권고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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