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 ‘한국 조선’ 필수과제… 中日에 뒤져진 디지털 전략 우려
中·日, 정부 주도 디지털 전환… 한국 시장에 위협
한국 조선, 기술력 넘어 ‘구조적 혁신’ 필요한 시점
종이 도면에서 데이터 혁신으로 ‘패러다임 전환’

중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의 대형화 전략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며 한국 조선업을 맹렬히 뒤쫓고 있다. 유럽은 오래전부터 디지털 혁신을 통해 조선업의 체질을 개선해왔다. 한국 조선업은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혁신 과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中·日의 부활, ‘정부·규모·가격’ 3박자 공략


일본 역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마바리조선은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지분 인수로 세계 4위 규모의 조선사로 발돋움했고, 1조 엔(9조4725억 원)에 달하는 민관 기금을 조성해 산업 재건에 나섰다. 심지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립 조선소’ 설립까지 거론하며 산업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중국 조선소
중국 조선업의 가장 위협적인 변화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에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디지털 전환’이다. 황푸원충조선소는 설계·생산·프로젝트 관리를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하는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 플랫폼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이 개발한 것으로, 기업이 제품의 아이디어 단계부터 생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환경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중국 장난조선소도 2015년부터 버추얼트윈 플랫폼을 도입해 ‘페이퍼리스 조선소(종이 사용 없는 조선소)’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2D 도면 대신 3D 모델을 중심으로 모든 정보를 제공하며, 현장 작업자들이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게 함으로써 종이 도면을 없앴다. 그 결과, 한 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데 한 장의 종이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부품 제작 및 조립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럽은 이미 앞서 있다… 다멘조선그룹의 전사적 전환


K-조선’의 현재… 기술력 충분하나, 구조적 개선은 미흡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2024년 말 기준 약 1100억 달러(154조 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해 향후 3~4년간의 실적 가시성이 보장된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 즉 LNG선·수소 추진선·암모니아 추진선 등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 시장 점유율도 50%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자율운항 등 차세대 기술을 집중 개발 중이며, 삼성중공업은 대형 LNG선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면서 공정 자동화를 통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한화오션은 방산 기반의 특수선 및 수소운반선 신시장을 공략 중이다.


세계는 지금 AI, AR, 버추얼트윈, 로보틱스, 3D 프린팅 등의 기술을 조선업에 융합하며, ‘똑똑한 조선소’를 향한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단순히 “잘 만드는 기술”이 아닌, “지능적으로 만드는 방식”의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한국 조선업이 ‘기술력 있는 나라’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이제 기술 혁신과 산업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 조선이 맞이한 슈퍼사이클은 분명 기회다. 하지만 이 기회를 진짜 ‘부흥’으로 만들 수 있는 열쇠는, 단단한 철이 아닌 만질 수 없는 데이터에 있다.
김상준 기자 k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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