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역대급’ 참사가 벌써 몇 번째냐··· 5강 동력 스스로 꺼뜨리는 디펜딩 챔피언

심진용 기자 2025. 8. 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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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감독이 21일 광주 키움전 ‘끝내기 주루사’ 패배 후 비디오판독 결과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디펜딩 챔피언’ KIA의 최근 한 달은 ‘역대급’ 참사의 연속이었다. 여러 악조건을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패배가 반복되고 있다. 5강 싸움을 위한 동력을 스스로 꺼뜨리고 있다.

KIA는 21일 홈 광주에서 키움에 10-11로 졌다. 2-10까지 뒤지던 경기를 악착 같이 따라붙었는데 9회말 어이없는 주루사로 지고 말았다. 최하위 키움 상대 3연전을 1승 2패 ‘루징 시리즈’로 마친 것도 데미지가 크지만, 경기 내용의 충격은 그 이상이다.

KIA는 이날 선발 김도현의 난조와 수비 실책까지 겹치며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2회와 3회 각각 5실점씩 했다. 그러나 KIA는 진작에 기울었던 경기를 어떻게든 쫓아 갔다. 7회 3득점 했고, 8회 2득점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경기 초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더그아웃에서 긴급 미팅을 하며 분위기를 다잡았고, 포기하지 않고 추격을 이어갔다. 폭염에 탈수증세로 링거까지 맞았던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8회 대타로 나와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1점 차까지 따라 붙었다. 9회말에도 KIA의 추격이 계속됐다.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경기를 뒤집기만 한다면 그간의 침체한 분위기를 한번에 뒤집을 수도 있을 만큼 이날 KIA의 추격전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엔딩이 너무 허무했다. 1사 만루 타석에 들어선 김태군이 상대 투수 조영건의 초구를 잘 받아쳤다. 날카로운 타구가 좌익수 정면으로 향했지만, 3루에 있던 발빠른 김호령이 홈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김호령의 주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승부를 벌여볼만 했다. 동점 연장 승부는 물론 후속 타자의 타격에 따라 끝내기까지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주자로 나가 2루에 있던 박정우가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했다. 키움 좌익수 임지열은 홈이 아니라 2루를 바라봤다. 리드 폭이 지나치게 컸던 박정우를 겨냥해 빠르고 정확하게 2루로 공을 던졌다. 박정우가 미처 돌아가기도 전에 공이 먼저 들어갔다. 한번에 아웃 카운트 2개가 올라가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이범호 KIA 감독은 포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비디오판독 이후에도 강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은 없었다. 추격전이 뜨거웠던 만큼 허무한 ‘끝내기 주루사’ 타격이 더 크게 다가왔다.

KIA 패트릭 위즈덤이 21일 광주 키움전 8회 대타로 나와 1점 차로 추격하는 2점 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시즌을 치르다보면 참사에 가까운 패배도 당연히 나오기 마련이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KIA도 그랬다. 30-6 대패도 당했고, 14-1로 앞서던 경기를 15-15 무승부로 마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KIA의 문제는 그런 참사가 너무나 많이,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나온다는 점이다.

정확히 한달 전인 지난달 22일이 그랬다. KIA는 8회말에만 6점을 몰아치며 대역전을 일궜는데, 바로 다음 이닝 9회초 5실점 하며 패했다.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날 수 있던 경기가 허망한 재역전패로 끝났다. 한껏 올라갔던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21일 키움전 패배와 충격이 다르지 않았다. 이날의 패배를 시작으로 악몽 같은 7연패가 이어졌다. 이튿날인 22일도 KIA는 초반 끌려가던 경기를 7회 4득점으로 만회했지만, 필승조 조상우가 연장 10회 무너지며 다시 패했다. 카운터 펀치를 연이틀 얻어맞았다. 지난달 26일 롯데전은 실책만 3개를 저지르며 자멸했다.

어렵사리 연패를 끊어낸 이후로도 허망한 패배가 이어졌다. 지난 10일 NC전 2회초 대거 5득점하며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지만, 바로 다음 2회말 아쉬운 수비를 연발하며 8실점 하고 이후 난타전 끝에 패했다. 지난 12~14일 대구 3연전을 스윕하며 모처럼 기세를 올리나 했지만, 9위 두산 3연전에서 기껏 벌어놓은 승리를 다 토해내며 다시 분위기가 차게 식었다. 이번 키움 3연전이 그랬듯 두산 3연전 역시 패배 하나하나가 충격이 컸다. 1점 차 승리로 끝낼 수도 있었던 15일 경기, 포수 한준수의 9회말 치명적인 송구 실책으로 연장 승부를 자초했고,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했다. 16일은 상대 선발이 불의의 부상으로 2이닝 만에 내려갔는데도 경기를 잡지 못했고, 17일은 대체 선발에게 철저히 막히며 패했다. 불펜은 3경기 내내 무너졌다.

일일이 사례를 열거하지 않아도 지난 한 달간 KIA의 기록 자체가 실망스럽다. 지난달 22일 LG전부터 21일 키움전까지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8승 1무 15패 승률 0.348로 전체 꼴찌다. 역전승은 4차례에 불과했는데, 역전패는 8차례로 2번째로 많았다. 1점 차 승부는 3승 5패에 그쳤고, 6득점 이상 올리고도 4승 4패 밖에 하지 못했다. 실책은 31개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많았다. 화력 싸움을 벌이다가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무너지고, 집중력 떨어지는 플레이로 자멸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지난 시즌 KIA는 뼈아픈 패배를 당해도 금방 분위기를 수습할 힘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단 줄부상 속에 전력이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약해진 올해의 KIA로서는 복구하기 어려울 만큼 타격이 크다. 남은 경기도 이제 많지가 않다. 극적인 반등이 없다면 KIA의 5강 진출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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