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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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많이 슬퍼했어. 나랑 놀아 줄 힘도 없어 보였고, 가끔 화장실에서 우는 소리도 들렸어. 엄마한테 울었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했어. 눈이 엄청 빨개진 채 말이야."
"예전에 엄마가 아픈 것도 조금 아픈 거, 중간 정도 아픈 거, 엄청 아픈 게 있다고 말해 줬지? 암도 그렇대. 엄청 심각한 암도 있고,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암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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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많이 슬퍼했어. 나랑 놀아 줄 힘도 없어 보였고, 가끔 화장실에서 우는 소리도 들렸어. 엄마한테 울었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했어. 눈이 엄청 빨개진 채 말이야.”
‘그날’ 이후로 ‘산티’의 일상은 조금 달라졌다. 엄마는 혼자 화장실에서 흐느끼고, 산티는 시종일관 엄마를 살핀다. ‘그날’은 아빠가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간 날이다. 한밤중에 집에 돌아온 엄마가 “나를 꼭 안아 주고 뽀뽀도 엄청 많이 해줬지”만 “표정이 평소와 달랐던” 날이기도 하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 ‘그날’은 엄마가 병원에 가서 “어려운 검사를 받은 날”이다. 검사 결과, 엄마는 유방암이었다. “산티야, 엄마가 아파.” “감기 걸렸어요?” 천진한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차분히 답한다. “예전에 엄마가 아픈 것도 조금 아픈 거, 중간 정도 아픈 거, 엄청 아픈 게 있다고 말해 줬지? 암도 그렇대. 엄청 심각한 암도 있고,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암도 있어.”
‘암’ 한 글자에 아이의 세상이 암전될까 봐 침착하게 설명했지만 무서운 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모녀는 함께 목욕하며 무서움을 씻는다. “엄마가 혹시 죽을까 봐 무섭다고 솔직하게 말했어. (…) 엄마는 무서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래. 그럴 땐 엄마랑 이야기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 괜찮아질 거래.”
“작은 공”만한 악성 종양을 떼어내고, 화학치료, 방사선 치료가 이어진다. 숭덩 빠지는 머리카락에 엄마 마음에도 구멍이 난다. 메우는 건 아이다. “엄마의 만질만질한 머리를 쓰다듬는 게 재밌기까지 했지!”
앞으로도 숱한 검진, 검사가 지난하게 이어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암 환자 본인도, 가족도 함께 감정의 너울을 견디게 되리라. 아이는 암 진단과 치료를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면서 “엄마가 내리막길에서는 여전히 무섭고 두렵다고 했어.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면서 말이야.”
양육자가 암에 걸렸을 때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그 의미와 심각성, 치료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책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여성 3명 중 1명(34.8%)이 암을 경험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아이가 겪었을 일이지만, 그동안 양육자의 암이라는 상황을 풀어낸 그림책은 잘 보이지 않던 터라 반갑고 귀한 책이다. 칠레의 전문 임상심리학자와 전문의가 함께 썼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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