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시작해 중동 전역으로 비즈니스 확장하는법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5. 8. 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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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진출 어떻게 해야하나 (13)
두바이몰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사진=두바이관광청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거 같은데, 이제 사우디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카타르가 나을까요?”

최근 아랍에미리트 UAE 두바이에서 2년째 K뷰티 상품을 유통하는 모 대표가 필자와 식사를 하던 중 던진 질문이다. 두바이에서 월 매출 10만 디르함(약 3700만원)을 달성한 그는 이제 진짜 중동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동 진출할 시 두바이로 먼저 오는 이유는 이곳이 중동 전역으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두바이를 포함한 UAE 인구는 1000만 명에 불과하다. 반면 사우디는 3600만 명이고 이집트는 1억 명이 넘는다. GCC(걸프협력회의) 6개국 전체 인구는 6000만 명이며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전체로 확대하면 4억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실적 이유로 인해 두바이가 관문이 아니라 최종 목적지가 돼버린 케이스를 수없이 봐야만 했다. 하지만 진정한 중동 비즈니스는 두바이를 넘어설 때 시작되는 법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두바이를 거점으로 중동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살펴보겠다.

왜 두바이에서 시작해야 하나
두바이를 중동의 싱가포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시아 전역의 허브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처럼 두바이도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전체를 연결하는 중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두바이 국제공항(DXB)에서 비행기로 3시간 이내에 중동 주요 도시 대부분에 도달할 수 있다. 사우디 리야드까지 2시간이면 가고 쿠웨이트까지는 2시간 반이면 간다. 오만 무스카트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고 이집트 카이로까지도 3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더 중요한 건 물류 인프라다. 두바이 제벨알리 항구에서 출발한 컨테이너는 사우디 담맘항까지 3일이면 가고 쿠웨이트 슈와이크항까지 4일이면 간다. 오만 살랄라항까지는 2일이면 도착한다. 육로 운송도 가능해 사우디 리야드까지 트럭으로 12시간이면 가고 아부다비까지는 1시간 반이면 닿는다.

UAE에서 제품을 GCC 전역에 공급하는 한 유통업체 대표는 “두바이에 재고를 쌓아두고 중동 전역 주문에 대응하는 게 각 나라마다 창고를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며 “특히 초기 시장 테스트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의 또 다른 장점은 중동의 축소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한국인만큼 이곳 사람들도 까다롭다. 다만 한국인과의 차이점은 단순 기호뿐 아니라 200여 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아랍인과 남아시아인 그리고 아프리카인 등 다양한 소비자층의 반응을 한 번에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중국 식품업체는 두바이에서 6개월간 시장 테스트를 진행한 후 어떤 제품이 아랍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고 어떤 제품이 남아시아 시장에 적합한지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에는 할랄 스낵을 집중 공급했고 쿠웨이트에는 중국산 교자와 만두를 집중 공급해 성공을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 : 거대하지만 까다로운 시장
사우디 리야드의 랜드마크인 킹덤센터 전경
사우디는 GDP 1조 달러에 인구 3600만 명의 중동 최대 시장이다. 반면 보수적 문화와 강력한 자국민 우대 정책인 사우디제이션이 있고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해 진입 장벽도 가장 높다.

2024년부터 외국 기업이 사우디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현지 본사나 지역본부를 설립해야 한다. 이는 사우디 정부가 지역본부 프로그램(RHQ)를 통해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사우디에 본사가 없으면 연간 수조원 규모의 정부 프로젝트 입찰 자격이 원천 차단된다.

특히 사우디는 제품 수출 시 필요한 인증이 복잡한 걸로 악명이 높다. 예컨대 SABER는 사우디 표준계량품질청에서 운영하는 전자 인증 시스템으로 전자제품부터 장난감까지 대부분의 공산품이 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없이는 통관 자체가 불가능하다. SFDA는 사우디 식약청 승인으로 식품과 의약품 그리고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수출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서 받은 인증이 있어도 사우디에서 다시 받아야 하며 서류 준비부터 승인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때문에 직접진출은 중소기업에겐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최근 사우디에 진출한 한 정밀기기 업체 관계자는 “두바이에서 사우디 전문 유통업체와 독점 계약을 맺고 시장 반응을 본 후 직접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에 진출할 때는 리야드보다는 젯다나 동부 지역인 담맘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수도 리야드는 정부 중심지라 규제가 엄격하고 보수적인 반면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인 젯다는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다. 그리고 담맘 같은 동부 지역은 석유 산업 중심지로 외국인 근무 비율이 높아 테스트 마켓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2018년부터 여성 운전이 허용되면서 여성 타겟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쿠웨이트 : 작지만 구매력 높은 프리미엄 시장
쿠웨이트시 다운타운 전경
쿠웨이트 시장 규모는 GDP 1850억 달러에 인구 460만 명이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부유한 국가로 국민의 대다수가 정부에서 일하며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다.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상 제조업 기반이 약해 생활용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쿠웨이트는 인구는 적지만 구매력이 매우 높다. 특히 명품 시계와 가방 그리고 고급 자동차 판매량이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제품 중에서는 홍삼과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프리미엄 화장품이 인기가 높다. 쿠웨이트 정부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쿠웨이트 비전 2035’를 추진 중이며 의료와 교육 그리고 인프라 부문에 연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어 대정부(B2G) 사업 기회가 많다.

“쿠웨이트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품질과 브랜드를 중시합니다. 특히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하면 어느 정도 프리미엄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한 건설 관계자의 조언이다.

진출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쿠웨이트는 GCC 국가중에서도 규제가 까다로운 편이다. 외국 기업은 현지 파트너 없이 단독 진출이 불가능하며 쿠웨이트인이 최소 51퍼센트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정부 입찰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현지 에이전트가 필요하고 모든 서류를 아랍어로 번역해 공증받아야 한다. 여름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는 6월부터 8월까지는 대부분의 쿠웨이트인이 해외로 피서를 떠나 비즈니스가 거의 멈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오만 : 조용하지만 안정적인 틈새시장
오만의 수도인 무스카트
시장 규모는 GDP 1150억 달러에 인구 530만 명이다. GCC 국가 중 유일하게 왕정이 아닌 술탄제 국가로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석유 매장량이 다른 걸프 국가들보다 적어 일찍부터 경제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오만은 GCC 국가 중 상대적으로 진출이 수월한 편이다. 외국인 100퍼센트 소유가 가능한 업종이 많고 최소 자본금 요건도 낮다. 오만정부의 ‘비전 2040’에 따라 제조업과 관광 그리고 물류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특히 두카르 경제특구와 살랄라 자유무역지대 그리고 소하르 산업단지 등에서 한국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오만에서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한 한국 업체 관계자는 “오만은 경쟁이 덜 치열해서 오히려 니치 마켓을 공략하기 좋다”며 “특히 무스카트 외곽 산업단지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어 B2B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지리적으로도 UAE 바로 옆에 붙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두바이에서 무스카트까지 육로 운송을 활용하면 8시간이면 간다. 살랄라 자유무역지대를 활용해 아프리카로 재수출할 수도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영어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바레인 : 핀테크 스타트업의 허브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의 모습
시장 규모는 GDP 450억 달러에 인구 180만 명으로 GCC에서 가장 작은 국가다. 하지만 1930년대 석유가 발견되기 전부터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중동의 핀테크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이면서도 일반 상업은행 업무도 활발해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인 금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바레인은 시장 자체는 작지만 사우디와 킹 파하드 코즈웨이라는 25킬로미터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차로 30분이면 사우디 동부에 도착한다. 매 주말이면 사우디인 10만 명 이상이 바레인으로 넘어와 쇼핑과 여가를 즐긴다. 또한 핀테크 샌드박스 등 혁신적인 규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있다.

직접 살기에도 나쁘지 않다. 사우디가 아직까지도 매우 보수적인 이슬람사회라면 바레인은 같은 이슬람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자유를 존중한다. 주류 판매도 허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바레인은 바레인 그 자체보다는 사우디 동부 지역 300만 명 시장과 연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바레인 핀테크 베이에 입주하면 중동 전역 라이선스 취득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말에 사우디 관광객이 몰려오기 때문에 리테일 비즈니스 기회도 많다.

카타르 : 월드컵 이후로 떠오른 허브
카타르의 수도 도하의 모습
카타르의 시장 규모는 GDP 2400억 달러에 인구 300만 명이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 LNG 수출 세계 1위 국가로 1인당 GDP가 10만 달러를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유한 국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2000억 달러 이상을 인프라에 투자했고 이를 그대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카타르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사우디와 UAE 그리고 바레인 이집트가 단교를 선언하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이란 지원 의혹과 알자지라 방송국 문제 등이 원인이었다. 당시 육로와 영공이 봉쇄되면서 식량의 40퍼센트를 수입하던 사우디 루트가 막혔고 카타르는 터키와 이란으로 수입선을 급히 전환해야 했다. 이 경험 이후 카타르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제조업을 육성하는 자립 경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타르 국가비전 2030에 따라 지식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며 특히 교육과 연구개발 그리고 ICT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카타르 항공과 연계한 물류 허브 전략과 교육도시인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를 중심으로 한 지식경제 육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마드 항구 자유무역지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터키와 이란 등 비GCC 국가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분야가 많아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각종 리스크는 어떻게 처리하나
지도 안에 이스라엘 영토와 가자(GAZA)지역이 보인다
각종 리스크는 중동 비즈니스의 큰 복병이다. 대표적으로는 우선 대금 회수 리스크가 꼽힌다. “중동에서 가장 어려운 건 판매가 아니라 대금 회수입니다.” 현지 진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대응 방안으로는 초기 거래는 100퍼센트 선금 또는 신용장으로 하거나 무역보험공사 수출보험에 가입하고 단계적으로 신용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사람마다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솔직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면 현지에서 먼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거나 중동에서 활동경력이 풍부한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 중동은 지정학적 긴장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2017년 카타르 단교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은 아직도 지속 중이고 언제 또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또 터질지도 모른다. 예멘과 시리아 이라크 역시 언제나 들썩들썩하고 있다.

솔직히 지정학적 리스크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세계 최강 미국도 중동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이들 몇몇 국가를 빼놓으면 중동 그 어떤 나라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중동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니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안전하다는 점 그리고 어찌됐든 전쟁이 서서히 소강상태로 가면서 경제 재건 부흥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확장은 인내가 필요한 여정이다
한 아랍인 바이어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국제문화홍보정책
이처럼 두바이에서 중동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마라톤과 같다.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3년에서 5년의 장기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UAE에서 몇 십년째 사업 중인 한 원로 기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중동에서는 한번 신뢰를 쌓으면 30년을 함께 갑니다. 저도 90년대 처음 만난 아라비아 상인과 현재까지 거의 40년 가까이 관계를 쌓으며 거래하고 있습니다. 처음 몇 년은 투자 기간이라고 생각하세요.”

두바이라는 든든한 베이스캠프를 갖춘 당신이라면 언제든지 중동 정복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중요한 건 실천의지와 열정 그리고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시기까지 ‘존버’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도전하라. 한국제품에 열광하는 4억 명이 넘는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도움말 및 자료 = 중동 진출 한국 기업 4곳 실무진 및 대표 인터뷰, 코트라 중동지역본부 산하 두바이·리야드·쿠웨이트·무스카트·도하 무역관 자료, 두바이 상공회의소, GCC 사무국, 각국 정부 투자청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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