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진짜라고 착각하지마...실제를 ‘베낀’ 거야 [말록 홈즈]

2025. 8. 22. 11: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플렉스 에티몰로지’란 ‘자랑용(flex) 어원풀이(etymology)’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의 본래 뜻을 찾아, 독자를 ‘지식인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 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말록 홈즈는 어원 하나하나의 뜻에서 생활 속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다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곤 합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제미나이로, 살아 숨쉬는 실제 풍경과 기계적인 사진 속 풍경의 차이를 그려 보았다. 카메라 속 풍경이 더 생생해 보인다.
“괜찮은 곳 있으면 사진 찍어서 톡방에 올려줘. 친구들 여행 사진 보면 나도 같이 간 것 같더라고.”

“그래. 남는 건 사진뿐이더라.”

여행을 며칠 앞둔 어느 저녁, 오랜 친구와 만났습니다. 맥주 한 모금에 휴대폰 속 사진을 한 장씩 꺼내 봅니다. 푸른 시절 추억과, 훌쩍 커버린 아이들과, 멋스러운 이국의 풍광과, 맛난 음식들을 함께 바라봅니다. 참 괜찮은 안주입니다. 그리고 정겨운 이 순간을 다시 사진에 담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사진을 찍고, 보고, 나눕니다. 이제 사진 촬영은 삼시세끼 식사나 물 한 모금처럼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사진(寫眞). ‘베낄 사(寫)’에 ‘참 진(眞)’자를 쓰는 이 한자어는, ‘보이는 실제를 똑같이 그리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실물에 가깝게 사물이나 풍경을 그리는 ‘묘사(描寫: 그릴 묘, 베낄 사)’와 책이나 글을 베껴 쓰는 ‘필사(筆寫: 붓 필, 베낄 사)’와 구성한자 하나가 같습니다.

영어로는 ‘포토그래프(photograph)’입니다. ‘빛으로 기록한 것’을 의미합니다. ‘빛에 비친 세상을 설명한 모습’, 혹은 ‘눈에 보이는 세계를 담은 빛’이라는 뜻으로 유추해 봅니다. ‘포토(photo)’의 뜻은 ‘빛(light)’입니다. 불현듯 ‘포톤 캐논(photon cannon)’이 생각납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프로토스(Protoss) 종족의 공격 건축물인 포톤 캐논의 뜻은 ‘광자포(光子砲)’입니다. 빛을 모은 에너지 탄환으로 적을 공격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진을 찍는 도구 ‘카메라(camera)’는 본래 ‘방’을 뜻합니다. 철자가 같은 라틴어 camera에서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방을 의미하는 ‘챔버(chamber)’와 뿌리가 같습니다. 카메라의 원말은 ‘카메라 옵스큐라( camera obscura)’입니다. 옵스큐라(obscura)는 ‘그림자 같은, 어두운’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 ‘obscurus’에서 왔습니다. 따라서 카메라의 본래 의미는 ‘(빛을 담는) 어두운 방’이라고 해석 가능합니다.

사진은 소수의 생각과 개념을, 다수에게 쉽고 폭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터들은 다양한 자료와 작품에 사진을 활용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에게 낯선 분야를 설명하는 데, 익숙한 것들을 더 명확히 보여주는 데, 사진은 최고의 도우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모든 곳에 사진을 끼워넣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본 모습을 보여주려고, 내가 그린 개념과 가슴 속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적당한 사진을 찾는 데 골몰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매몰돼 가고 있단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손쉽게 상상하도록 돕는 동시에, 독특하게 상상할 수 없도록 가로막기도 합니다. 사진을 보기 전 머릿속에 그려지던 다양한 모습은, 사진으로 제시된 틀 밖으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합니다. 글로 읽던 소설 ‘플란더스의 개’는 만화영화 속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야기보다 다채롭고 애틋했습니다. 책 속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님은,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하기 전 더 역동적이었습니다.

물론 사진과 영상의 순기능은 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합니다. 그저 오랜만에 글을 쓰려다가, 사진 갤러리부터 뒤적대는 내 모습에 뭔가 공허했을 뿐입니다. 상상하는 즐거움을 잊고 사는 듯 느꼈을 뿐입니다.

*상상(想像: 생각할 상, 모습 상):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마음 속으로 그려보는 행동 또는 그려본 모습

*감수: 안희돈 교수(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 전 한국언어학회 회장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3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