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개국 1위 '웬즈데이', 한국에선 왜 안 통할까
한국에선 넷플릭스 순위 2위에 그쳐… 전 세계 올킬 실패
고딕풍 판타지 소재 진입장벽 됐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2'가 공개 직후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연이어 1위에 오르며 막강한 팬덤을 과시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주춤한 모양새다. 국내 순위권 상위에는 여전히 '에스콰이어' '나는 생존자다' '트리거' 같은 토종 콘텐츠가 자리하고 있어 글로벌 흥행 성적과는 대조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웬즈데이' 시즌2는 새 학기를 맞아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돌아온 웬즈데이 아담스가 자신을 둘러싼 더 오싹하고 기이해진 미스터리를 마주한 가운데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시즌2는 92개국에서 TV 시리즈 부문 정상 자리를 차지했으나 한국에서만 2위(최고 성적)에 그쳤고 전 세계 '올킬'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웬즈데이2'는 한국에서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할까. 이와 관련 배우 제나 오르테가는 내한 기자회견에서 "수치는 제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콘텐츠를 전 세계 시청자들이 봐주시는 게 그저 감사하고 전 세계 시청자와 작품을 공유하는 게 좋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한국은 인구 대비 OTT 가입자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또한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국내 자체 제작되는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편이기도 하다. '더 글로리'나 '폭싹 속았수다' 등 한국 사회적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드라마가 큰 흥행을 거두는 것을 봤을 때 국내 시청자들은 해외 작품보다 국내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에 더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적 정서와 사회적 맥락이 반영된 작품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웬즈데이2'의 흥행을 가로막은 셈이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낯선 소재는 신선하다는 매력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낯설어서 몰입이 어렵다는 진입장벽이 된다.
'웬즈데이2' 주역들의 내한은 코어 팬덤을 만족시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전체적인 흥행 분위기를 바꾸기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입소문이나 실 시청의 호평이 흥행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한이 흥행 전환점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딕풍 판타지와 하이틴 장르를 결합한 '웬즈데이'는 장르적 실험을 강하게 내세운다. 이 지점이 국내 시청자들에겐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실과 맞닿은 사회극이나 인물 간의 관계성에 집중된 드라마를 선호하는 국내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로 인해 작품 자체의 매력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가 생긴다.
스토리 전개 방식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드라마는 빠른 전개와 매회 극적인 사건으로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반면 '웬즈데이2'는 캐릭터의 매력과 작품 분위기에 집중한 연출을 택했다. 밀도 높은 스토리 전개에 익숙한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캐릭터 중심 소비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해외 팬들은 주인공 웬즈데이의 다크 유머, 독특한 패션, 개성 강한 성격에 큰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국내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특이함보다 서사의 공감 가능성과 사회적 메시지에 더 큰 비중을 둔다. 현재 국내 넷플릭스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에스콰이어'나 '트리거'는 시청자들에게 당장의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제공하며 높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글로벌 화제작이라도 국내 시청자에게는 지금 한국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더 우선순위를 갖는 것이다.
최근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국 작품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후,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한국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파급력을 만든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이 역시 '웬즈데이' 등 해외 콘텐츠보다는 국내 콘텐츠를 더욱 선호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결국 '웬즈데이'는 글로벌 무대에서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한국이라는 특수한 시장에서는 또 다른 벽을 마주한 셈이다.
시즌2의 파트2 공개를 앞둔 '웬즈데이'가 향후 한국에서 반등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내한 등 단순한 이벤트와 팬덤 마케팅을 넘어 한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서사적 밀도와 공감을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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