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기업·병원·정부 열정 다하지만 정책 조율은 ‘아직’ [건강한겨레]

김보근 기자 2025. 8. 2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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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대에 선 ‘한국 의료AI’ 2 의료AI에 진심인 한국 정부와 기업·의료기관
생성형 인공지능(AI) 퍼플렉시티에 ‘한국이 세계 3대 의료AI 강국이 되기 위해 정부, 기업, 의료기관이 협력하는 모습을 그려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해 얻은 그림.

한국은 ‘세계 3대 의료에이아이(AI·인공지능)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실현에서 ‘의료AI’는 중요한 요소다.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데다 국민 건강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기업·의료기관 등이 모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아내는 정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의료AI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하나증권이 지난 3월 펴낸 보고서 ‘AI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의료AI의 미래’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시장은 2023년 3억7천만달러(5180억원)에서 2030년 66억7천만달러(9조3380억원)로 연평균 성장률 51.2%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평균 성장률(41.8%)과 아시아 평균 성장률(47.9%)을 웃도는 수치로, 한국이 가진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초고령사회가 된 한국 사회의 인구 변화도 이런 높은 성장률의 한 요인이다.

의료AI는 이렇게 고령화돼가면서 의료 수요가 늘고 있는 한국 국민의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AI가 제공하는 진단의 정확성과 신속성 덕분에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1호 의료AI 스타트업인 ‘뷰노’ 공동창업자 정규환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7월 열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탁회의’에서 “놀라운 것은 심초음파 같은 고난도 검사에서 AI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줘 비숙련자도 98% 이상 성공률을 보인다는 점”이라며 “한번도 심초음파를 안 해본 간호사 선생님들이 심초음파나 폐초음파를 해보면 98% 이상이 성공한다”며 AI를 접목한 의료기기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AI 영상 분석으로 판독 시간이 40% 정도 단축되고, 오진율과 재검 비율도 줄어드는 등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의료AI가 이렇게 성과를 내는 데는 ‘튼튼한 기초 체력’이 한몫했다. 삼정케이피엠지(KPMG) 경제연구원이 2024년 펴낸 보고서 ‘AI로 촉발된 헬스케어 산업의 대전환’에서는 한국 의료AI의 ‘기초 체력’을 다음과 같이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5G 속도 세계 1위,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 90%, 356테라바이트(TB) 규모의 의료 빅데이터라는 3대 핵심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전세계 선도그룹 중에서 5G 다운로드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또한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매년 4890만 명이 9억5천만 건의 진료를 받고 있어 방대한 양질의 의료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영상 판독, 질병 예측 등에서 글로벌 최고 기업과 겨룰 성과를 내면서 ‘미래 먹거리’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유방암 등 다양한 이상 부위를 높은 정확도로 탐지하는 AI 기반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루닛’,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 등 의료영상과 혈압·심전도 등 생체신호를 분석해 심장병 등을 예측·진단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뷰노 등이 대표적이다. 루닛은 AI 기반 암 진단 및 영상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20여 개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논의 중이며, 뷰노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절차 등을 통해 국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의료AI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생태계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네이버는 서울대병원과 손잡고 한국형 의료 특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당시 한 강연에서 “네이버의 의료 인공지능 투자는 진심”이라며 “앞으로 AI 시대에 네이버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인터넷산업은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한 끝에 여기(의료)에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 또한 지난해 6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초거대 AI 기반 보건의료 서비스 지원 사업’ 주간사업자에 선정되면서 의료AI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27년까지 모두 32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초거대 AI를 활용해 △실시간 소아 건강상담, 소아 맞춤형 질병 예측 알림 서비스 개발·실증 △소아 진료 지원을 위한 환자 맞춤형 증례 분석, 처방 보조 서비스 개발·실증을 목표로 한다.

정부의 노력도 적극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1월 ‘생성형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챗지피티 등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기기 허가·심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영상 판독, 진단보조, 치료계획 수립 등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생성형 AI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세계에서 최초로 제정된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6일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총 6개 대학에 5년간 의료AI 인재 1천 명 양성을 목표로 연간 최대 10억원(2025년 첫해는 7.5억원)씩 지원하는 의료 인공지능 특화 융합인재 양성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부를 비롯해 기업, 병원 등 나라 안 모든 주체가 의료AI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세계 3대 의료AI 강국’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플레이어가 향할 ‘목적지’를 그리고 조율하는 통합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에 ‘2024~2029 의료 인공지능 연구개발(R&D) 로드맵’을 발표하고, 지난해 9월26일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아직은 촘촘한 조정 기능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뒤에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해왔다는 평가다. 신설된 AI미래기획수석도 의료AI와 관련된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의료AI를 주요한 국가 AI 정책으로 삼고 있다. 우리도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데이터 표준화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수가 체계, 임상 적용 문제 등에 대한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운동장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개별 플레이어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시리즈 3회에서는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들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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