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올여름 유난히 길다”

허행윤 기자 2025. 8.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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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를 머금은 공기 덩어리가 경사면을 타고 오른다.

늦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동해안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서쪽 사면으로 분다.

심하면 말라죽게도 만든다.

비가 내릴 때만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그치면 곧바로 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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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 덩어리가 경사면을 타고 오른다. 곧이어 물줄기가 뿌려진다. 온도는 1도씩 뚝뚝 떨어진다. 높은 산에 가로막히면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굽이굽이 돌아 다시 무겁게 발걸음을 옮긴다. 푄현상의 일대기다.

학창 시절 이후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상용어다. 그때로 더 들어가 보자. 한때는 인문계 고교 교과서에 지구과학이 있었다. 입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했다. 문과 학생들은 점수를 따기 위해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억지로 머릿속에 주입했다. 그러니 딱딱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방학이 끝나는 시기에 이 용어가 나왔다. 아주 오래된 기억의 단편이다.

원래는 독일에서 알프스 산맥을 넘어 부는 건조한 열풍을 뜻하던 용어였다. 우리나라에선 여름 끝 무렵에 자주 등장했다.

이 현상과 비슷한 용어가 있다. 우리말로 높새바람이 그렇다. 늦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동해안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서쪽 사면으로 분다. 강원도와 경북에선 샛바람이라고도 부른다. 매우 건조해 농작물과 풀잎의 끝을 마르게 한다. 심하면 말라죽게도 만든다. 농민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보통 한반도 북동쪽의 오호츠크해에서 발달한 오호츠크해 기단이 한반도까지 세력을 미칠 때 나타난다.

기상 당국이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예보했다. 서울 등 도심과 강릉 등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은 일주일, 강릉은 열흘째 열대야다. 후텁지근할 수밖에 없다. 낮 최고 기온은 여전히 30~36도다.

푄현상이 부쩍 잦다. 백두대간 동쪽이 다른 지역보다 좀 더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곳곳에서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질 때도 있다. 물줄기가 뿌려지는데도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비가 내릴 때만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그치면 곧바로 올라서다.

푄현상이면 어떻고 높새바람이면 어떠랴. 이 계절만 마무리된다면 말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길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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