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순천공장 질식 사고, 2명 사망·1명 중태
전남 순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화학약품 저장 탱크를 청소하던 작업자 3명이 유독 가스에 질식해 쓰러졌다. 이 중 2명은 숨졌다.
지난 19일 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숨진 지 이틀 만에 산업 현장에서 또 사망 사고가 난 것이다.

21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9분쯤 순천시 서면 순천일반산업단지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작업자 3명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화학약품 저장 탱크를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조대원은 탱크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작업자 3명을 발견했다. 탱크의 출입구가 폭 40㎝ 정도로 좁아 굴착기로 탱크를 넘어뜨린 뒤 이들을 구조했다.
3명은 이 회사 공장장 김모(60)씨와 품질관리실장 우모(57)씨, 생산팀장 정모(53)씨였다.
신고 접수 1시간 45분 만인 오후 3시 16분쯤 김씨를 먼저 구조했다. 이어 우씨와 정씨를 차례로 구조했다. 소방 당국은 탱크 안에 계속 공기를 주입했지만 우씨와 정씨는 숨졌다.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나 중태다.
탱크 안에선 산업안전보건법상 허용 기준치(15ppm)의 4배에 달하는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농도가 58ppm이었다. 황화수소는 달걀 썩는 냄새가 나는 유독 가스다. 이산화탄소 농도도 3400ppm으로 정상 범위(250∼400ppm)의 약 10배에 달했다.
이 탱크는 원통 모양으로 높이 3m, 폭 2m 크기다. 용량은 12t이다. 탱크 안에는 평소 콘크리트의 강도를 높이는 화학약품인 혼화제를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작업자 3명은 탱크를 비운 뒤 내부를 청소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맨 처음 탱크 안에 들어간 생산팀장 정씨가 의식을 잃자 다른 작업자들이 구조하려고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탱크 내부엔 사람이 누우면 차오를 정도로 약품이 남아 있었다”고 했다.
구조 당시 공기 호흡기 등 안전 장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탱크 등 밀폐 공간에서 작업하기 전 산소와 유해 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공기 호흡기나 마스크, 사다리, 로프 등도 갖춰야 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 책임자 등을 입건할 것”이라고 했다.
순천시는 시내 모든 사업장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년~2023년) 산업 현장의 밀폐 공간에서 발생한 질식 사고는 총 174건이다. 여름에 52건(30%) 발생했다. 근로자 338명이 산업재해를 입었고 이 중 136명이 숨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도록 해야겠다”고 했지만 산업 현장에선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순천에선 지난 20일 오전 8시 42분쯤 별량면의 한 금속 가공 업체에서 60대 A씨가 기계에 깔려 숨졌다. 같은 날 전남 나주의 동물 사료 배합 공장에서도 근로자 B(39)씨와 C(43)씨가 쓰러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다.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278건으로 작년 상반기(266건)보다 12건(4.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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