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찾아왔다, 강진 살린 ‘반값 여행’ 묘수

지난 20일 오후 전남 강진군 가우도. 강진만(灣)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다. 인도교를 걸어 들어가면 모노레일과 집라인, 제트보트 등을 탈 수 있다. 평일인데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였다. 장형기(51·광주광역시)씨는 올해 두 번째 강진을 찾았다. 그는 “강진에선 반값에 집라인도 타고 밥도 먹을 수 있으니 쉬면서 돈 버는 기분이 든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런 효자가 어딨느냐”고 했다. 이날 밤 강진군청 앞 맥줏집 7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맥줏집 직원은 “요새는 강진읍내를 ‘강진 홍대 거리’라고 부른다”며 “시골인데도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하다”고 했다.
인구 3만2000명,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로 알려진 강진군이 지난해 전국 최초로 ‘반값 여행’ 사업을 시작한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강진군은 작년 1월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반값 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2명 이상의 팀이 강진군을 관광하면 쓴 돈의 절반(최대 20만원)을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사업이다. 상품권은 포인트로 지급한다. 강진군 관광 명소나 식당, 카페, 강진 농수산쇼핑몰(초록믿음강진) 등에서 쓸 수 있다. 관광하기 전 강진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강진군 관계자는 “강진에서도 소비 붐을 일으켜보자는 생각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도 연구했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세일 행사를 여는 기간이다.
지난해 강진군은 예산을 쪼개 사업비 22억원을 마련했다. 1년 예산이 4800억원인 강진군 입장에선 목돈을 들여 시작한 것이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강진을 찾은 관광객은 역대 최다인 282만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43만명(18%) 증가했다.
지역 상권에도 돈이 돌기 시작했다. 반값 여행을 즐긴 1만5291팀이 강진에서 쓴 돈은 66억원으로 집계됐다. 강진 농수산쇼핑몰의 매출은 2023년 1억원에서 지난해 28억원으로 뛰었다. 관광객들은 강진 특산품인 묵은지와 표고버섯, 열무김치 등을 많이 주문했다고 한다. 임성수 강진군 관광체육국장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우리도 놀랐다”며 “반값 여행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강진군이 심원섭 목포대 교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 22억원을 들여 생산 유발 효과 24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00억원 이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심 교수는 “관광객 소비가 농수산물 생산 증대, 자영업 고용 증가, 주민 소득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역 경제 회복 우수 사례’로 선정돼 특별교부세 3억원을 받았다.
강진군은 올해 사업 예산을 27억원(특별교부세 3억원 포함)으로 늘렸다. 혜택도 더 확대했다.
올해는 지난 5월 초 넉 달 만에 예산이 동났다. 강진군은 홈페이지에 “올해 예산을 다 써서 사업을 조기 종료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당시 강진군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선 “부모님 모시고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일단 신청이라도 받아주시면 안 되나요” “올해 두 번 방문해 쌓은 포인트를 강진 맛집에서 쓰려고 하는데 다시 열어주세요” 같은 글이 잇따랐다. 추가경정예산으로 24억원을 긴급 편성해 7월부터 다시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이달 말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값 여행을 즐긴 관광객은 지난 19일 기준 3만4860팀에 이른다. 작년의 2.3배다. 팀당 보통 3~4명이라 인원수로 따지면 10만명이 넘는다. 강진군 관계자는 “이들이 강진에서 쓴 돈은 118억원(19일 기준)으로 추산된다”며 “아직 안 쓴 포인트가 많아 올 한 해 총 소비액은 14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40억원은 올해 들인 사업 예산(51억원)의 3배 수준이다.
행안부가 내년부터 관광객·유학생 등을 많이 유치한 시군에 예산을 더 지원하기로 하면서 강진군의 반값 여행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전남 장성·완도·영암, 경남 하동·산청, 충남 홍성 등이 이미 비슷한 사업을 시작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경북 상주, 전남 여수, 전북 전주 등 공무원들도 반값 여행을 체험하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오는 28~30일 강진에선 ‘제3회 강진하맥축제’가 열린다. 강진군의 여름 맥주 축제다. 강진군 펜션과 모텔은 대부분 한 달 전에 예약이 끝났다. 강진군 관계자는 “지난해 축제에 6만7000명이 왔는데 올해는 처음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마다 인구가 줄어 ‘지역 소멸’ 위기에 놓였던 강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반값 여행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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