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되어보니 춤이 더 깊이 보인다
“처음으로 ‘코치 겸 선수’로 뛰는 기분일까요. 이전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서울시발레단의 ‘유희웅Χ한스 판 마넨’ 공연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최영규(35)에게 특별한 무대다. 바르나,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등 세계 최고 콩쿠르에서 줄줄이 입상한 뒤 2011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이례적으로 빠른 승급을 거듭해 수석 무용수가 된 지 올해로 10년이다. 이번 고국 공연에서 그는 세계적 안무가 한스 판 마넨(93)의 작품 ‘파이브 탱고스(5 Tango’s)’에서 직접 춤춘다. 동시에 연습을 지도하는 협력 안무 역할인 리허설 디렉터도 맡았다.
19일 만난 최영규는 “저를 ‘영’이라고 부르는 한스가 ‘영이라면 충분하다. 파이브 탱고스를 가르쳐도 좋다’고 해서 뿌듯했다”며 웃었다. “매년 최소 1~2편은 한스의 작품에 출연해요. 대가(大家)는 정말 달라요. 무용수들에게 건네는 짧은 조언, 가벼운 터치로도 춤이 확 바뀌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그런 분께 ‘너라면 내 춤을 가르쳐도 좋다’고 인정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그는 “디렉터 역할을 수행하며 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이전엔 다른 무용수들 연습은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어요.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파악하고, 함께 하는 무용수들이 어떤 부분을 더 끌어올리면 더 좋아질지 보이기 시작했어요.”
최영규는 2022년 네덜란드 무용수 최고 영예인 ‘스완(Zwaan·백조) 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현지에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무용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에게 “춤을 완성하려면 너 자신의 캐릭터를 입히라”고 말하며 무용수의 개성을 강조하는 한스 판 마넨은 스승 같은 존재다. 최영규는 “한스가 왜 늘 “재미(fun)를 찾고 즐기라(enjoy)”고 했는지도 더 이해가 된다”고 했다. “공부한 다음에 누굴 가르치면 더 잘 이해가 되잖아요. 한 발 떨어져 바라보니 동작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는 것과 순간을 느끼며 즐기는 것의 차이가 눈에 보여요.”

최영규는 “한스의 작품은 관객이 다양한 상상을 하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파이브 탱고스에선 발레리나들이 토슈즈를 신고 춤춰요. 한스 작품 중에서도 클래식 느낌이 강하고, 시선과 교감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그에게 이번 작품은 지난 4월 오른쪽 발목 수술을 받은 뒤 다시 서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무용수로서 처음 받은 큰 수술을 통해서 내 몸을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됐다”고 했다. “30대에도 20대처럼 몸을 움직이면 탈이 나죠. 나이에 맞게 몸을 사용하는 방식을 깨달았고, 오히려 춤 동작이 더 수월해진 것 같아요. 무용수로 더 오래 춤출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보는 최영규의 발레 공연은 27일까지, 4만~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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