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파도 겪은 한일, 예술이 가교 되길”
“한국과 일본은 현대사 속에서 여러 파도를 함께 겪었습니다. 예술이 그 파도를 넘어 함께 내일을 살아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내달 17·1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선 독특한 한일 합동 음악극 ‘망한가(忘恨歌)’가 무대에 오른다. 일본 탄광에서 뒤늦게 발견된 조선인 강제 징용 피해자 남편의 유품을 전달받는 한국의 할머니 이야기. 일본 전통 가무극 ‘노(能)' 형식에 한국의 농악단이 음악을 보탠다. 연출 겸 주역 시미즈 간지(清水寛二·72)씨는 21일 국립극장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현실에서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고 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저희가 앞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내달 3~28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여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에 시미즈씨가 이끄는 노 공연 집단 ‘노하쿠’를 초청했다.
시미즈씨는 2019년 한국 농악 연주자들과 교류를 시작, 2022년 일본 국립 노악당에 이어 지난해 도쿄 자코엔지(座·高円寺) 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망한가 농악단’이 함께 공연한다. 그는 “제가 한국의 할머니 역할을 맡아 일본 전통 가면을 쓰고 한국 치마 저고리를 입고, 남편의 유품을 받은 뒤 가을 달빛 아래서 춤을 춘다”며 “일본 전통극 배우가 이런 소재의 작품을 연기하는 것을 편견 없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전에 오키나와 사람들이 겪은 태평양전쟁의 아픔을 소재로 창작극을 만들었을 땐 ‘오키나와 사람도 아니면서 무슨 이런 걸 하느냐, 돌아가라’고 하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완성된 공연을 보시곤 결국 이해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저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 사람이고 제가 자랄 때는 역사를 잘 몰랐지만 이제야 배우고 있다. 이 작품을 한국 관객들이 보시고 기탄없는 소감을 들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노가쿠(能樂)를 완성한 제아미 모토키요(世阿彌元清·1363~1443)는 ‘노(能)의 생명은 노를 만드는 데 있다’고 했어요. 전통은 전승도 중요하지만 현대적으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며, 고전만으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기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농악단과 함께하는 것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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