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살리는 돌봄·친환경 유통’ 지역상생 실천 앞장
15년간 300여명 유학생 성장
노인가구 방문진료 등 돌봄 운영
국내 최초 종이 보냉 패키지 개발
4세대 생분해패키지 목표 연구 시도
2등급 한우 자체 숙성 기술 소비자 호평
ESG경영선도 춘천 사회적경제
지역 소멸, 청년 유출, 기후 위기와 같은 거대한 사회문제는 대도시만의 과제가 아니다. 농촌의 작은 마을과 골목에서도, 일상의 소비 현장에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한복판에서 공동체의 힘과 지속가능한 선택으로 해법을 모색한다. 강원도민일보는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이강익)와 함께 ESG경영을 선도하는 춘천 사회적경제 업체들의 활약상을 조명한다.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살리고 아이·어르신을 품다
윤요왕 이사장은 2003년 귀농해 농촌에 터를 잡았다. 농사를 짓던 윤 이사장은 2005년 송화초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아이들의 안전과 돌봄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 공부방이 발전해 2007년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됐고 이후 법 제도 안에서 안정적인 돌봄 체계를 마련했다.
하지만 2008년, 인근 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11명까지 줄며 폐교 위기에 놓이게 되며 고민에 빠졌다. 윤 이사장은 “학교를 살려야 마을도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농촌유학을 도입, 2010년 네 명의 도시아이가 마을에 들어와 ‘산골유학’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현재 15년간 300여 명의 농촌유학생이 이곳에서 성장했다.
농가와 센터, 학교가 협력하는 마을 공동체형 농촌유학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모델이다. 도시아이들은 농가 홈스테이를 통해 시골 생활을 배우고, 동시에 지역 아이들과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며 차별 없이 어울린다. 이 과정에서 송화초는 복식수업을 해소하고 교사·급식실·체육관까지 확충되며 다시 살아났다.
윤 이사장은 농촌유학을 단순한 체험이 아닌 도시 교육의 대안으로 본다. 경쟁과 스마트폰, 학원 스트레스 등에 노출된 도시 아이들이 농촌에 와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면서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돕는것이 농촌 유학의 본질적인 목표다. 윤 이사장은 “사회는 세대가 순환하며 연결될 때 건강하다”며 “도시와 농촌이 서로를 살리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별빛의 꿈”이라고 밝혔다.
■나이들기 좋은 마을
춘천별빛의 활동은 아이들에서 멈추지 않았다. 윤 이사장은 “마을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철학 아래, 노인 돌봄을 함께 시작했다. 매주 65가구에 반찬 전달과 이미용 무료 서비스, 방문 진료와 긴급 수리 서비스(우리마을119)등을 운영한다. 특히 마을을 순회하며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는 ‘이웃복지사’ 활동은 현재 130명의 노인 일자리로 확대되며 타 지역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최근 춘천별빛은 청년 유입과 정착에 주목하고 있다. ‘춘천사회혁신센터’,‘다른길연구소’와 협력해 도시 청년들을 초대해 인문학 여행을 열고, ‘청청로컬캠퍼스’를 통해 춘천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로컬캠퍼스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고탄리 농촌체험관을 활용해 1층은 마을아이들을 위한 식당, 2층은 청년 휴게공간이면서 게스트하우스인 ‘춘천 휘게소’(마을호텔)를 춘천,서울 5개 단체들과 공동으로 9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윤 이사장은 “결국 마을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건 청년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청년빵집-(가칭)별빛브레드’ 빵공장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로움에스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 쓰레기 없는 유통 농가·소비자 잇다
허경 대표는 과거 한우 로컬푸드 기업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다 식당에서 하루 80㎏짜리 포대 다섯 개 분량의 포장 용기가 매일 쓰레기로 버려지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쓰레기를 없앨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로움에스농업회사법인의 출발점이 됐다.
또 다른 계기는 2등급 한우였다. 당시 농가에서는 “2등급 한우도 매입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맛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허 대표는 5~6년에 걸쳐 2등급 한우를 맛있게 만드는 숙성 기술을 개발했고, 실제 판매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렇게 환경 문제와 농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길로 허 대표의 로움에스는 출발했다.
■ 제로웨이스트 패키징
허 대표는 국내 최초로 종이 스킨보드와 종이 보냉 패키지를 개발해 스티로폼을 대체했다. 이 포장은 플라스틱과 동일하게 30일 이상 보관 가능, 최장 50일까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종이 포장을 고수하는것은 쉽지 않았다. 초기에 포장 불량률이 20%에 달했고, 직원 이탈도 잦았다. 2022년에는 창고가 침수되며 약 3000만 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스티로폼을 썼다면 없었을 피해였다.
또 코로나 시기 처음 선보인 종이 선물세트 박스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해 명절 판매를 포기해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SNS에 사진과 제품의 취지 등이 공유되며 단 이틀 만에 100건 주문이 몰렸다. 허 대표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패키지에 이렇게 관심이 많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며 이 순간을 가장 자부심 있는 사례로 꼽았다.
다만 기후 위기는 새로운 난관을 안겼다. 30도 이상에서는 종이 보냉 박스 사용이 불가능해 여름철 6~8월은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허 대표는 온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4세대 생분해 패키지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친환경 축산, 2등급 한우의 반전
허 대표가 주목한 ‘2등급 한우’는 인위적으로 만든 마블링이 많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란 소를 사용한다. 허 대표는 자체적인 드라이에이징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2등급 한우의 품질을 인증하기 위해 5년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소비자들이 투플러스(++) 한우보다 2등급 한우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 된다는 장점 덕분에 시니어 소비자와 건강을 중시하는 층에게 인기가 높았다. 최근에는 다이어트나 운동 후 식단을 관리하는 소비자층에서도 선물용 수요가 늘고 있다. 허 대표는 “농가가 등급 걱정 없이 소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고, 소비자는 담백한 한우를 즐기며, 환경은 쓰레기 없는 구조로 순환하는 것이 파파스컷이 꿈꾸는 미래”라고 말했다.
김혜정 기자 hyejkim@kado.net
공동기획: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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