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작용 생기면 법 고친다니, 경제가 실험 대상인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경제계가 반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만약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일어나면 (그때 가서) 법을 고치면 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기업 탈출이) 진짜라면 저는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법을 무조건 시행한 뒤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 가서 바로잡겠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을 진 정부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법률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섣불리 만들었다가 상황에 따라 개정한다면 법적 안정성이 무너진다. 경제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이런 불확실성이다.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제기돼 왔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많은 하청 기업과 일일이 노사 협상을 해야 한다. 하청 업체와 교섭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들에 모든 시설을 직접 투자하고 모든 인력을 직접 고용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경영 합리화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정부가 대미 관세 협상을 타결 짓기 위해 약속한 한미 조선 협력, 일명 ‘마스가(MASGA)’ 프로그램도 노조가 반대하면 무산될 수 있다. 대기업이 노란봉투법을 피하기 위해 노조가 없는 협력사에 일감을 넘기거나 아예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중소 협력사들은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된다. 관세 때문에 미국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외국계 자동차 업체들부터 노란봉투법을 이유로 국내 사업장을 접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용범 실장은 “경총을 여러 번 만났고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에 대해 여러 우려를 당정에 전달했지만,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방적으로 결론을 정해 놓고 듣는 시늉만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많은 우려에도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붙여 자영업·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어렵게 만들었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쏟아지는데도 묵살했다가 유례없는 전세 대란을 자초했다. 노란봉투법이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기업들의 고충을 들어줬으면 한다. 경제가 정책 실험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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