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3단계론 띄운 이재명 대통령... 북·미 의지에 달렸다

김형준 2025. 8. 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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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서 제시
文 '동결 우선' 로드맵보다 구체적
"동결·축소만 해도 성공적" 현실론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북핵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비핵화 방안의 현실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단 ①북한 핵·미사일 동결을 시작으로 ②축소 ③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표현도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로 말해 북한 자극 요인을 줄이려는 의도를 보였다. 하지만 실용적 접근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 호응이나 미국의 의지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핵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3단계론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을 이룰 ‘빅딜’ 성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바탕 아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3단계론은 앞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이른바 '핵동결 입구론'과 유사하다. 문재인 정부는 핵동결을 ‘입구’로 보고 핵폐기를 ‘출구’로 삼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3차례 정상회담에 나섰음에도 결국 비핵화로 유도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핵동결 입구론과 유사한 이번 제안 역시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비핵화까지 가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봤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 때보다 한층 현실적 접근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는 입구와 출구만 있었다”며 “(3단계론은) 비핵화 목표를 버리지 않되, 북한이 아무리 협조를 하더라도 자신의 5년 임기 내 이를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북한으로서도 동결이나 감축만 했을 때 (대북제재 완화 등) 보상을 받는다고 하면, 잃는 것보다 얻을 게 훨씬 많을 것”이라며 “이런 해법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논의해가며 풀어가겠다는 뜻을 (인터뷰에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공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러 포함 북극항로 개척을"

북한 노동신문은 2024년 9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물질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도 주목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에 이어 이날도 이전 정권서 주로 써온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2018년 싱가포르 합의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북한도 동의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복합적 셈법이 깔린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을 통해 핵 보유국 인정 조건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이 ‘비핵화만은 포기 못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실용주의적 관점”이라고 짚었다. 다만 조 위원은 "북미 간 사찰 및 검증 협조, 반대급부 요구 수준에 따라 동결까지 수년이 걸릴지, 수십 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동결로 가는 과정까지가 첫 관문으로, 미국 또는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던질 경우 '하노이 노 딜'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중심으로 미국, 러시아, 북한, 한국,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에 북한과 러시아까지 협력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글로벌 실용주의’를 펼친 배경엔 미국과의 조선 산업 협력을 바탕으로 한 선박 제조 자신감이 깔린 모습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선박 제조 자신감을 앞세워 동북아 협력을 새로운 의제로 띄운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북러 입장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을 논하더라도 (조선업 경쟁자인) 중국을 배제한 채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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