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백령도 생필품 고물가 여전… 보조금 개선 목소리

조경욱 2025. 8. 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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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기준’ 운반비 지원하니… 무거운 생수만 주문량 뻥튀기
‘서류 조작’ 일부 소매점 부정수급
옹진군, 품목표기 없이 금액만 확인
라면 등 20% 이상 비싸 “보완 필요”

인천 옹진군이 섬 지역 소매업체에 생필품 운반비 명목의 보조금을 10년 넘게 지원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육지보다 약 20% 이상 비싼 가격에 생필품을 사고 있다. 백령도 일대 전경. /경인일보DB

인천 옹진군이 섬 지역 소매업체에 생필품 운반비 명목의 보조금을 10년 넘게 지원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육지보다 약 20% 이상 비싼 가격에 생필품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소매업주들이 보조금을 부정 수급(8월19일자 6면 보도)한 사실까지 드러나 옹진군의 생필품 해상 운반비 지원사업의 대수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준 인천 내륙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라면 1묶음 가격은 4천150원이다. 하지만 같은 제품이 백령도 A마트에서는 5천300원으로 21.7% 비싸다. 백령도 B마트에서도 5천800원으로 가격이 28.4% 더 높다.

소주(330ml)는 백령도 A마트 1천600원, B마트 1천750원으로, 육지에 있는 대형마트(소주 1천350원)보다 각 15.6%, 22.9% 비싸다. 밀가루(1㎏) 가격도 B마트에선 2천500원이지만 육지 대형마트는 28.4% 저렴한 1천790원이다.


육지보다 비싼 생필품 물가는 섬 주민들에게 익숙하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뱃길로만 편도 4시간, 항로는 222㎞에 달한다. 모든 생필품을 배로 옮겨야 해 가격이 육지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옹진군도 이러한 주민들의 고충을 알고 지난 2014년 섬 내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생활필수품 해상운반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12년간 옹진군이 투입한 예산만 총 25억원이 넘지만 ‘섬 물가’는 여전히 주민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물가 안정을 통해 섬 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해당 사업은 일부 소매업체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옹진군이 37가지 품목의 생필품 운반비를 무게(㎏)를 기준으로 지원하자, 소매업체는 무거운 ‘생수’로만 보조금을 신청했다.

일부 소매업체는 운반비 지원 사업의 허점을 이용해 운반한 생수 물량을 허위로 부풀려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옹진군의 운반비 보조금 예산 3억원 중 2억원 이상이 부정수급을 한 3개 소매업체에 쏠렸다.

옹진군은 ‘도서 생활필수품 해상운송비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조례를 보면 보조금을 신청할 때 내야 하는 서류는 소매업체가 유통업체에서 생필품을 구입한 ‘거래명세표’와 물류업체의 ‘운반물량확인서’ 등이다. 두 서류는 유통업체와 물류업체가 자체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조작이 가능하다. 옹진군이 추가로 확인하는 소매업체의 전자세금계산서는 생필품 ‘품목’에 대한 기재 없이 전체 금액만 표기돼 교차 검증이 어렵다.

결국 보조금을 수령 주체인 소매업체뿐만 아니라 거래명세표와 운반물량확인서를 발급한 유통업체, 물류업체까지 부정수급에 조직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는 운반비 지원 사업에 대한 전수조사와 경찰 수사의뢰를 통해 옹진군이 부정수급 보조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행정의 빈틈을 이용해 혈세를 갈취한 것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며 “투명한 사업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옹진군의 관리감독 시스템도 점검해야 한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 사라지지 않고 섬 주민을 위해 지속 시행될 수 있도록 향후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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