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에 출입문 있었는데”...멀쩡한 문 놔두고, 철길 수백미터 걷게 한 코레일

김민주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kim.minjoo@mk.co.kr) 2025. 8. 21. 19:3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도 열차사고, 인재 사고 정황 확인
출입문 이용시 도로 및 인도 따라 접근 가능
안전 통로 설치 및 대피 공간도 충분했지만
불명의 이유로 출입문 이용하지 않아
7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청도군 열차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돼 있는 코레일의 선로 출입문. 사고 작업자들은 작업 현장에 접근하고자 수백미터를 철길로 이동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출입문을 이용했으면 작업 현장까지 거리는 10m에 불과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바로 앞에 출입문이 있음에도 왜 이용하지 않았나?
7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청도군 경부선 열차 사고가 명백한 ‘인재’라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21일 경찰 및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 당시 안전점검 작업 예정 장소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코레일이 관리하는 안전 출입문이 있었지만, 불명의 이유로 하청 근로자들은 작업 때마다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선로 주변 좁은 길 등을 이용했다. 사고 당시에도 근로자들은 작업 장소에 접근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로 다친 한 60대 작업자도 “작업 장소까지는 수백m를 걸어가야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코레일 측은 사고와 관련해 당초 점검하려던 옹벽 훼손 여부 확인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철길을 따라 수백m 이동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 측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연합뉴스 등 취재작업 예정지점과 불과 10여m 거리에 코레일이 관리하는 안전 출입문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출입문에는 ‘승인된 자에 한해 출입 가능하며, 위반시 철도안전법에 따라 처벌됨. 경산시설팀 경부하선 356.880km(우) 5-093 주소 :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1321’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관리 주체는 코레일 대구본부 대구 시설사업소라고 표기돼 있다.

해당 출입문은 위험한 철길이 아닌 안전한 도로 및 인도를 따라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해당 출입문으로 선로에 접근하면 양옆으로 충분한 시야가 확보됐다.

아울러 상·하행 선로에 오갈 수 있는 안전 통로가 설치돼 있어 어느 선로이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 보였다. 선로 옆 대피 공간도 충분했다.

해당 출입문으로 접근했더라면 사고 작업자들은 10m만 선로 주변을 걸었으면 됐다. 또한 사고 작업자들은 시야와 대피장소가 확보된 상태에서 선로와 2m 안전거리를 두고서 충분히 작업이 가능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작업자들이 현장 이동까지 별다른 작업을 하지는 않았고 오직 이동만 했다”고 밝힌 만큼 사고 작업자들이 수백m를 위험한 선로로 걷지 않고 해당 출입문을 이용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청도군 열차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돼 있는 코레일의 선로 출입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수면 위로 떠오른 코레일의 ‘탁상행정’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코레일 측의 ‘탁상행정’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상자 중 2명은 당초 작업계획서에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체투입이 된 상황에서 이들이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당국과 전용기·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9일 오전 9시에 작성된 무궁화호 열차 사고 작업계획서에는 이날 점검 업무를 수행할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6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이 사고 당일 음주 측정과 보호구 착용 확인 등의 검사를 받았다는 표기도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사고 후 수사당국이 작성한 사상자 명단에는 계획서에 적힌 2명이 아닌 다른 2명이 포함됐다. 서류상 작업 참여자와 실제 투입자가 달랐다는 뜻이다.

사고 당일 작업에 나선 사람은 모두 7명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 1명(부상)과 구조물 안전 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업체 소속 6명(사망 2명, 부상 4명)이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하청업체의 A씨, B씨가 대체 투입됐고, 이중 신입직원인 A씨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에 사고 직후 소방당국에서도 사망한 A씨를 신원미상으로 표기했다. 신원 파악이 늦어지면서 유족에게도 사고 4시간이나 지나서야 연락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사상사고에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를 표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