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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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가장 중요했던 존재는 아무래도 배우를 맡은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연극 무대를 준비하는 세달 동안 '햄릿', '줄리엣'처럼 작품 속 인물의 이름으로 불렸고, 배우가 없으면 연습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연습 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도 배려를 받았다.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하냐"며 핀잔을 주거나, "일은 우리 직군이 다 하는데"라는 말로 괜한 자존심을 채우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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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 | 사회정책팀 기자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가장 중요했던 존재는 아무래도 배우를 맡은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연극 무대를 준비하는 세달 동안 ‘햄릿’, ‘줄리엣’처럼 작품 속 인물의 이름으로 불렸고, 배우가 없으면 연습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연습 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도 배려를 받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도 관객은 배우들을 기억했고, 배우를 맡았던 친구들도 그 작품을 ‘내 작품’으로 기억했다. 물론 그만큼 책임도 컸다. 연습량도 상당했고, 신경 쓸 부분도 많았다. 소위 ‘주목받는 격무’였던 셈이다.
반면 조명이나 음향, 소품, 미술 등 무대 밖 스태프에 속하는 친구들은 반드시 연습에 참여할 필요도 없었고 공연 1~2주 전 바싹 준비해도 무대에 지장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함께 연극을 만들고 있다는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괜한 오지랖일 수 있지만, 늘 이들이 신경 쓰였다. 연극 연습에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무대 위는 조금 부끄러워서 등 무대 밖을 선택한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연극을 만드는 친구들 누구나 소외감 느끼지 않고 ‘내 작품’으로 여기길 바랐다. 공연을 만드는 데 있어서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는 간단한 명제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잊힌다. 모두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이 말에 공감을 표현하지만, 자신의 일터에 들어서면 금세 까먹는다. 회사에서, 단체에서, 조직에서 자신이 맡은 일이 중요하다고 느낀 순간, 다른 동료의 역할을 평가절하하고 지나치게 낮게 보는 시선이 생기곤 한다. 특정 직군이 중심인 회사는 더 그렇다. 병원의 의사, 법무법인의 변호사, 언론사의 기자가 ‘배우’를 맡으면 그 외 직군은 눈에 덜 뜨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필요 없는 일은 없다. 병원에는 간호사도, 행정직원도 모두 필요하듯이 말이다. 누군가 자신의 일 외에 다른 업무를 경시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식견이 좁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자세는 나아가 ‘일의 귀천’을 따지는 모습으로 발전한다.
최근 다른 업무를 무시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무시받았던 주변 직장인들의 말이 자주 들린다.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하냐”며 핀잔을 주거나, “일은 우리 직군이 다 하는데”라는 말로 괜한 자존심을 채우는 말들이다. 이런 사례들에 대해 한 동료는 이런 말을 했다. “서로의 고생을 알고, 업무도 이해하고, 각자 자리에서 모두가 적당히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데 그걸 왜 모르냐”고.
유명한 일화가 있다. 유치원 학예회에서 연극을 하게 된 아이가 너무 열심히 연습하고, 집에 와서 자랑도 하길래 부모는 아이가 중요한 역할을 맡은 줄 알았다. 그러나 부모가 막상 유치원 학예회를 보러 갔더니 아이는 무대 저 뒤에 있는 나무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아이는 열심히 나뭇잎을 흔들며 나무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이 아이에게 자신이 지금 주인공인지, 나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는 실망했지만 열심히 나무를 연기하는 아이에게 박수를 보냈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진심으로, 그 일을 즐겁게, 잘 하고 있느냐가 가치를 결정한다. 나무를 맡았던 이 아이를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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