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저우차오판 아저씨를 기다리며 [특파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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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음식이 즐비한 중국.
수도 베이징에는 온갖 진귀하고 맛있는 세계 각지의 음식이 모인다.
'양저우차오판'은 나의 베이징 솔푸드다.
이제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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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 베이징 특파원
이름난 음식이 즐비한 중국. 수도 베이징에는 온갖 진귀하고 맛있는 세계 각지의 음식이 모인다.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이 도시의 매력을 하나 꼽자면, 바로 음식이다.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은 레스토랑도 여럿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당 평가 플랫폼 ‘다중뎬핑’에는 만점인 5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맛도 서비스도 좋은 음식점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내가 가장 기다리는 음식은 그 리스트에 없다. 식당이 아닌 ‘노점상’ 음식이어서다.
‘양저우차오판’은 나의 베이징 솔푸드다. 중국 장쑤성 양저우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달걀과 새우가 들어간 볶음밥이다. 쌀도, 달걀도, 기름도 귀하던 아주 먼 옛날 양저우차오판은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제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음식이 됐다.
지난 5월 어느 날, 집 근처를 걷다 아주 맛있는 냄새에 이끌렸다. 삼륜차를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노점상은 길가에서 볶음밥과 볶음국수 등을 팔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주문한 사람은 고민도 하지 않고, 당연한 듯이 양저우차오판을 시켰다. 주문을 받자마자 좁은 조리대에서 여러 채소와 밥, 달걀, 새우 등을 넣고 강한 불로 볶아 2명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저우차오판이 만들어졌다. 홀린 듯 같은 걸 주문했다. 기름과 달걀이 코팅된 뜨끈하고 고슬고슬한 밥을 한술 뜨자 바로 알 수 있었다. 솔푸드를 찾았다!
문제는 언제든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볶음밥 노점은 매번 출몰 지역이 다르다. 단골손님들이 볶음밥 아저씨가 어디에 있는지 단체대화방에 올려야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노점상은 자리를 옮긴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이른바 ‘야간 경제’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삼은 내수 진작을 위해서다. 불야성인 중국 지방 도시의 활기찬 소비 현장을 좇으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그런 야간 경제의 활력은 찾기 어려웠다. 베이징시는 2020년 노점상이 도로를 무단 점거해 불법적인 상업 행위를 한다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며 노점상 청소는 빠르게 진행됐고, 한때 100곳이 넘던 베이징의 노점상 거리는 지금 거의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야 베이징 시내 곳곳에 드문드문 노점상이 등장했다. 경기 침체 속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사람은 노점상을 차리고,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이곳에서 3천원짜리 한끼 식사를 산다. 늘어나는 노점상들을 보며 베이징에도 ‘야간 경제’의 시대가 오는가 싶었지만, 오해였다.
볶음밥 노점상 주인은 최근 3주 넘게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당분간은 장사가 어렵다고 했다. 열병식 이후에나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인민의 항일 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중국은 다음달 3일 기념식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연다.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에 노점상은 보일 수 없는 치부인 걸까? 그렇게 강조하는 야간 경제는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수도 베이징엔 어울리지 않는 걸까? 솔푸드를 기다리는 날은 그렇게 늘어만 간다.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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