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한반도 침략한 일본인들과 후손 1만명 기록”

1894년 7월23일 새벽 일본군이 경복궁을 침탈했다. 경복궁으로 밀고 들어갔던 일본군 혼성 제9여단은 그해 6월 인천에 도착했다. 동학농민혁명 때 조선 정부 요청으로 청나라 군대가 들어오자, 일본도 조선에 군대를 파견했다. 당시 9여단 5사단 혼성여단장은 오시마 요시마였다. 경복궁 문을 걸어 잠그고 고종을 겁박했던 ‘왜군’인 그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진외고조부이다.
최근 나온 ‘왜구인명사전’(아논컴퍼니)의 저자 김강열(65·시민생활환경회의 이사장) 작가는 21일 전화 인터뷰에서 “아베의 진외고조부는 1만여명의 일본군을 이끌고 불법으로 조선에 들어와 무자비하게 동학농민군을 학살한 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인의 한반도 첫 침략 시점을 기원전 50년으로 잡았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신라 박혁거세왕 때 침략했다’는 기록이 근거다. 통상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한반도와 중국 연안을 약탈한 일본 해적 집단을 왜구로 지칭하는 시각과 다르다. 김 작가는 “올해는 왜구들의 첫 침략 2075년, 을사늑약 120년, 일제 해방 80년, 한일협정 60년 등이 되는 해이지만 왜구들의 수많은 침략과 학살, 조롱과 비하 등의 상흔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침탈의 역사를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일본 태도에 화가 났다. 그리고 “과연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거의 모든 역사책은 ‘왜구들이 어디, 어디를 침략했다’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 왜구가 누구였는지, 어디에서 살았던 자였는지, 어디에 소속되었던 자였는지, 그의 선조와 후손들은 누구였는지를 찾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집필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왜구들의 침략사를 통사로도 정리하면서 실명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삼국시대 왜구들의 후손들이 100만명 이상의 고려인을 학살한 왜구들이었고, 그 후손들이 임진왜란 당시 200만명 이상의 조선인을 학살했으며, 그 후손들이 조선을 강점한 왜구들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90만명 이상의 조선인을 희생시킨 전범들과, 그 전범들이 돌아와 창당한 정당이 현재의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왜구인명사전’엔 ‘왜구’ 5348명과 그 후손과 친족 5642명 등 총 1만990명의 이름이 올랐다.
‘한반도를 유린한 침략자들의 실명 기록’이라는 부제를 단 왜구인명사전은 총 8장, 2500쪽 분량에 달한다. 1장은 ‘100만명 이상 고려인을 학살한 일본 태재부시대(太宰府時代)의 왜구와 그 후손들’이다. 2장은 ‘2백만명 이상의 조선인을 학살한 임진왜란의 전범과 그 후손들’을 담았다. 3장은 ‘개화기・강점기시대의 왜구와 그 후손들’이며, 4장은 ‘망해가는 조선에서 훈장을 타내 간 왜구와 그 후손들’을 파헤치고 있다. 5장은 ‘조선에서 팔자를 고친 조선통감부・총독부・이왕직 등의 왜구와 그 후손들’의 이름을 기록했다. 6장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을 이어받은 메이지・사무라이 내각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추적했다. 7장은 ‘역대 일본 내각의 각료와 그 후손들’, 8장은 ‘왜구들의 우두머리로서, 천왕과 그 후손들’을 다뤘다.
‘왜구’ 5천여명과 후손 행적 살펴
“침탈의 역사 사과 않는 일본 보며
왜구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었죠”
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강독위 꾸려 초고 교정과 축약
23일 국회에서 세미나도 열어

이 가운데 7장은 일본 내각의 총리들을 추적한 내용을 담았다. 김 작가는 “제1대에서 제103대 내각에 이르기까지 중임한 자들을 포함해 65명이 총리를 지냈는데, 92%인 60명이 한반도의 침략과 수탈, 가학적 폭력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연관되어 있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 대부분이 태평양 전쟁의 에이급 전범들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로비와 일본에 주둔한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의 나태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장엔 일본 전 총리의 조상이 임진왜란이나 태평양 전쟁 때 했던 역할이 적혀 있다.
김 작가는 ‘왜구’ 자료를 18년 동안 꾸준히 축적해왔다. 2012년 ‘왜구’를 다룬 첫 책 ‘2062년 동안의 슬픔’을 낸 데 이어 2021년엔 ‘토착왜구들의 본산・본토왜구와 그 후손들’을 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와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을 지낸 그는 지난 2월부터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왜구인명사전 강독위원회’를 꾸려 자신이 정리한 초고에 대한 조언을 듣고 교정·축약했다. 그는 “그간 우리는 왜구의 침략사를 애써 무시하며 향토사로 치부해 사장해 왔는데, 이젠 정사로 끌어 올려야 한다”며 “이를 독자적인 유네스코 등재 사업이나 그에 버금가는 사업으로 추진해 일본의 역사 왜곡을 막고, ‘케이-역사컬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구인명사전 강독위원회는 오는 2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민형배 민주당 의원(광주광산을)실과 세미나를 마련한다. 출판기념회는 다음달 18일 오후 5시 광주 전일빌딩 8층 다목적강당에서 연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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