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세계화된 한국문화, 그렇지 못한 이주노동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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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파워의 글로벌 장악력이 체감되는 이 시대, 케이팝은 더 이상 낯선 이국의 장르가 아니라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 있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OTT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 시청자들의 대화에 오르내렸으며 최근에는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성공을 거둠으로써 K-콘텐츠의 확장성을 입증했다.
문화의 세계화는 어느덧 한국인의 자부심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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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서 이주민 편견·차별 등 풍자
한국문화 세계화… ‘불균형 해소’ 숙제

한국 소프트파워의 글로벌 장악력이 체감되는 이 시대, 케이팝은 더 이상 낯선 이국의 장르가 아니라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 있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OTT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 시청자들의 대화에 오르내렸으며 최근에는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성공을 거둠으로써 K-콘텐츠의 확장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통령은 문화의 산업화를 선언하면서 문화는 이제 국가 성장엔진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는 어느덧 한국인의 자부심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무대 뒤편에는 전혀 다른 얼굴의 한국이 있다. 바로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다. 농촌의 계절 수확, 건설 현장의 고단한 노동, 공장의 단순 반복 작업 등 한국 사회의 기초는 이미 이주 노동자의 손길 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매일 처하는 일터에서의 현실은 우리가 자랑하는 한국문화의 확장성이나 개방성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벽돌공장 이주노동자 학대 사건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세계화되지 못한 노동 감수성 속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문화는 K를 머리에 붙이고 세계를 누비지만 열악한 숙소, 여권 압수, 브로커의 착취, 산업재해의 불균형한 위험 등 외국인 노동 현장은 국경 안에 갇혀 있다.
사실 K-콘텐츠는 오래전부터 이 모순을 비춰 왔다. ‘반두비’(2009년)는 이주민 청년과 한국 청소년의 우정을 통해 차별과 배제를 드러냈고 ‘방가? 방가!’(2010년)는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한 한국 청년의 삶을 통해 사회의 편견을 풍자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년)은 외국인 노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의 고립과 차별을 생생히 드러냈고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2024년)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결혼이주여성의 시선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이질감을 보여줬다. 이렇게 스크린과 플랫폼은 한국인의 일상 속 그림자를 이미 오래 비추고 있었던 셈이다.
이 문제는 우리의 과거에도 닿아 있다. ‘국제시장’(2014년)의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땀 흘린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는 타국의 외국인 노동자였다. ‘미나리’(2020년)는 낯선 땅에서 뿌리 내리려 애쓰는 한국 이민 가정을 통해 우리가 언제든 세계 속의 이방인이 될 수 있음을 환기한다. 이렇게 볼 때 한국 내부의 외국인 노동 문제는 과거의 우리의 문제였고 현재 우리가 타국에서 겪는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국적을 넘어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권리의 확보다. 사업장 변경 제한 같은 구조적 종속을 완화하고 주거·의료·교육까지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개선 또한 절실하다. 이렇게 사회 내부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적 포용성이 일반화될 때 한국문화의 세계화도 지속가능성을 얻게 될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불균형에 대해 질문을 던져 왔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세계시민 의식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엄을 보호하는 일에서 비롯한다. 그 존엄성을 지켜낼 때 한국은 비로소 세계 무대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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