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나의 소리없는 아우성, 운동

박지욱 신경과전문의·메디컬티스트 2025. 8. 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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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욱 신경과전문의·메디컬티스트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숨이 턱턱 막힌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어지러워 눕고만 싶다. 분당 심박수가 무려 140까지 올랐으니 당연하다. 평소보다 두 배나 더 뛰는 심장이 당장이라도 그만두라고 고함을 치고 있다. 하지만 견뎌본다. 70초 동안 이 격렬한 스쿼트 점프를 계속해야 20초의 달콤한 휴식을 누릴 자격이 생긴다. 짧은 휴식후 다시 새 종목으로 70초간 생지옥을 달린다. 그렇게 8개 운동을 마치면 1분 쉴 수 있다. 그짧은 시간에 매트에 쓰러져 가쁜 숨을 내쉰다. 1분은 금방 지나간다. 같은 운동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이렇게 두 바퀴를 돌면 25분 정도 지나간다.

2년 넘게 내가 하고 있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T)’이다. 짧은 고강도 운동(1분 남짓)과 휴식(20초 남짓) 또는 저강도 운동을 번갈아 실시하는 운동 방식으로 무척 힘이 들지만 짧은 시간 안에 운동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몸살이 생겨 며칠을 쉬어야 했다. 운동 중에도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죽을 상을 쓰며 게으름도 피웠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10개도 못하던 스쿼트를 틈날 때마다 하고 있다. 20초도 못 넘기던 플랭크도 1분을 버틴다. 횡단보도를 급하게 달려가도 별로 힘들지도 않다. 걸핏하면 쑤시던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 원래 운동이라면 꽁무니부터 빼던 내가 이렇게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몸과 뇌에서 온 이상 신호때문이다.

나이 예순을 목전에 두니 ‘몸이 지난해 다르고 올해 다르다’는 선배들의 말씀을 체감한다. 몸의 노쇠야 그렇다 쳐도 뇌와 정신의 퇴행은 견디기 힘들었다. 한때는 암기왕을 자처하던 내가 건망증이 생기다니! 뿐만 아니라 기분이 처지기도 하고, 의욕도 사라지고, 식욕은 떨어지며, 밤에 깊은 잠도 못 이루었다. 그 사이 이런저런 병도 앓더니 언젠가부터는 흔한 감기 몸살도 약 없이 그냥 지나갈 수 없는 허약한 사람이 되었다. 몸도 뇌도 확실히 ‘노화의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톨게이트를 하이패스 속도로 통과한 시점이었다. 아니, 잠깐! 몸의 노화야 자연의 섭리라 쳐도 뇌의 노화는 늦출 수 없을까? 신체 나이 보다 젊은 뇌를 가질 수 없을까? 이 고속도로를 최저 속도로 달려 가능하면 늦게 종점에 도착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당장 주변을 살펴보니 이런저런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사람도 많고, TV에서는 각종 약(?) 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에도 ‘뇌영양제’를 처방해달라는 요구가 점증한다. 나도 먹어야 하나? 광고만 놓고 보면 뇌를 위해 노년은 물론이고 중장년도 먹으라고 우리를 홀린다. 하지만 건망증을 약으로 없앨 수 있다고? 약만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우리의 허망한 희망 사항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불편감과 퇴행을 잠자코 받아들이라고? 아니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신경과전문의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노화와 뇌 건강에 대해 자료들을 찾았다. 믿을 만한 자료들을 모아 보니 답이 나왔다. 어렵지도 않았다. 당장 시작할 수도 있었다. 바로 운동이었다. 신체 활동량을 늘이고 운동을 하면 여러가지 이유로 뇌가 건강해지니까.

나는 동년배에 비하면 운동을 안 한 편은 아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4㎞를 꾸준히 걸었다. 저녁 식사 후 다시 4㎞를 걸었다. 하루에 8㎞를 걷고 1만 보 이상을 걸었다고 뿌듯했지만 알고 보니 그건 운동이 아니었다. 그냥 ‘산보’였다. 운동의 효과는 없었다. 그 사이 공복 혈당도 당화혈색소도 우상향 곡선을 타고 있었다. 가만 놔두면 몇 년 내에 당뇨병에 걸릴 태세였다. 그 즈음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녁 산보 대신 집 근처의 체육관에 등록해 근력 운동 기구를 사용해 근육을 키우고, 가볍게 달리기를 하거나 빠른 걷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조금 아쉬웠는데 때마침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알게 되었다. 매주 3회 25분, 2년을 넘겼는데 대만족이다.

짧은 시간의 고강도 운동은 심폐 기능을 강하게 만든다. 심폐 기능은 건강의 기본값이다. 숨차게 운동을 하면 몸 속에 활성산소가 생겨 체내 곳곳을 다니며 유해 문질을 분해한다. 당연히 면역 능력이 좋아진다. 운동하고 지치니 잠도 잘 온다. 식욕도 좋아지는데 늦은 시간의 간식은 자제하고 점심도 탄수화물만 편애하는 습관을 버리고 단백질도 챙겨먹었다. 그래야 근육도 자라니까.

사우나에 들어간 듯 땀을 흘리니 피지 분비도 촉진이 되어서인지 피부가 좋아졌다고, 얼굴의 혈색도 좋다고, 젊어 보인다고도 한다. 운동으로 얻은 성취감 덕분에 의욕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물론 건망증도 나아졌다.

이렇게 좋은 운동의 효과를 알게된 이상 주변에 운동을 권하고 뇌영양제 찾는 환자들에게도 운동을 처방한다. 운동이라면 손사래를 치던 몸치인 내가 2년 사이에 운동 전도사가 되어서 나도 놀란다.


오늘도 나는 운동을 한다. 나의 운동은 몸짱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노인이 되려고, 치매에 안 걸리려는 발버둥이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자 이제 시원한 가을도 온다. 독자들도 운동화끈을 불끈 매고 운동장에 나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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