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엿보기] 체코 원전 파고 든 김정호 의원 '뚝심' 굴욕 계약에 빛났다

김두천 기자 2025. 8. 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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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도저' 김정호 의정이 남긴 것

22대 국회 기후위기·에너지 문제 집중 기조에
지적재산권 분쟁과 '저가 덤핑 수주' 가능성 등
작년 7월 우선협상대상 선정 때부터 집중 질의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가덕신공항 건설 관철 등
'아닌 건 바로잡아야' 뚝심 의정, 주변 본보기 돼

김정호(더불어민주당·김해 을) 국회의원 뚝심이 빛났다. 체코 두코바니 핵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 등이 참여한 '팀코리아'가 한국 핵발전소 원천 기술 보유 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굴욕 계약'이 실체를 드러내면서다.

계약 내용에는 한국 수주 제한 국가 설정, 핵발전소 1기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에 약 1조 1400억 원 규모 기술 사용료 지급, 50년 동안 소형모듈원전(SMR) 등 한국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하더라도 수출할 때는 웨스팅하우스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 등이 담겼다.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핵발전소에 쓰는 연료 100%를 웨스팅하우스에서 공급받고, 나머지 국가 수출 핵발전소에는 연료 50%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저지른 전례 없는 노예 계약에 온 나라가 경악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명확한 진상 파악과 계약 과정 국정조사, 수사 의뢰 등 전면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김해 을 국회의원. /김정호 의원 누리소통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본 계약 체결 과정에 우려 지점을 파고들었다. 상임위 질의는 오로지 체코에 집중됐다.

핵심은 체코에 지을 한국형 노형 APR-1400을 국내 독자 기술로 볼 수 있는가였다. 팀코리아는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개량해 한국이 독자 개발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김 의원은 2022년 최저가 입찰에도 웨스팅하우스의 특허기술침해 소송 제기로 실패한 폴란드 수주전 사례를 들어 의구심을 나타냈다.

팀코리아가 체코에서 독자 수주전에 나서자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1심에서 "수출통제권한은 웨스팅하우스도 아닌 미국 정부에 있다"고 판결했다. 한수원은 이에 2022년 12월 23일 미국 에너지부에 수출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미 에너지부는 "신고서는 미국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반려했다.

독자 수출 불가에 쐐기를 박은 것은 2023년 당시 윤석열-바이든 대통령 간 공동성명이었다. 두 정상은 "핵발전소 관련 각국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협력에 참여한다"고 합의했다.

미국 정부 허가 없이 한국의 독자적 핵발전소 수출 불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체코 핵발전소는 '저가 덤핑 수주'가 불가피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핵발전소 수출 당시 한국은 웨스팅하우스에 거액의 기술료를 줬다. 여기에 낮은 건설비, 자재 현지 조달 의무, 차관 지원 등이 더해지면 오히려 적자 가능성이 컸다.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윤석열 정부 측 인사들은 김 의원 질의에 "웨스팅하우스 입장만 대변한다"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국익이 우선'이라며 정부를 감쌌다.

김 의원은 1월 체코 핵발전소 본 계약 전 이뤄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계약을 두고 '합의문 원본'을 정부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정부·여당은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 등을 내세워 공개를 거부했다. 한데 이번에 그 굴욕적 실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김해 을 국회의원. /김정호 의원 누리소통망

김 의원은 체코 건을 당시 국회 내 기후·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던 이진우 보좌관(현 대통령실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실 행정관) 도움을 받아 파헤쳤다. 김 의원은 22대 국회 전반기 의정활동 기조를 기후위기에 두겠다는 의지에 따라 김성환(현 환경부 장관) 의원실에 있던 이 보좌관을 영입했다. 뚜렷한 의정목표를 두고 인재를 등용해 성과를 내고자 한 용인술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김 의원은 20~21대 국회 때는 김해공항 주변 소음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문제를 지역사회에 공론화하며 김해공항 확장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해시민 소음 피해가 커질 뿐만 아니라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없는 김해공항은 동남권 관문 공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경남도와 문재인 정부를 움직여 소음피해조사위원회를 꾸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이끌어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불도저' 같은 성격에 가끔 같은 당 동료 선후배 의원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그럼에도 적확한 문제제기와 '아닌 건 아니게 놔둘 게 아니라 바로잡아야 한다'는 성격, 한 번 하면 꼭 성과를 내겠다는 '뚝심'은 동료 의원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하다.

김 의원은 "이제 진상이 드러난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 김동철 한전 사장들을 정부의 감독권을 행사해 파면시키고, 대통령실의 진상 파악 지시에 따라 법과 원칙을 어긴 게 드러나면 즉각적인 수사를 단행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도 미국 에너지부와 협의·조율을 한 당사자인 만큼 이들을 향한 국회 상임위와 민주당 자체 진상 조사를 즉각적으로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면 하는' 김 의원 말이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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