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지선 경쟁···울산 도로 곳곳 정당 현수막 난립
과열 모양새 시민 불편·피로감 확산
음모론 등 자극적인 문구도 '눈살'
'게시 규제 조례' 무효로 제재 못해
정치권 자제·제도 보완 시급

6·3 조기 대선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당 현수막 경쟁이 최근 다시 과열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의 치적쌓기와 상대 정당을 향한 네거티브 동원 수단으로 정당 현수막이 더 자주 활용될 모양새다. 무분별한 난립에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은 만큼 정치권의 자제와 함께 행정의 적절한 제재 수단 마련이 요구된다.
21일 오전 찾은 남구 공업탑로터리 일원. 일부 전용게시대 뿐만 아니라 곳곳에 분포한 교통섬에도 각양각색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정당에서 걸어놓은 것으로, 당원 모집, 광복절 기념, 타 정당에 대한 공격 등 다양한 주제로 돼 있었다. 이곳 외에도 주요 교차로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는 여지없이 정당 현수막을 볼 수 있다.
6·3 조기 대선 선거기간이었던 5~6월 두 달가량 정당 현수막 부착이 금지돼 한동안 잠잠했으나, 내년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각 정당들이 선전전을 위해 현수막이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같은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어 시민들의 피로감을 자아내고 있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대선이 끝난지 두 달이 지난 시점임에도 부정선거 등 음모론을 제기하는 현수막까지 심심찮게 걸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로필 사진에서 눈만 모자이크 처리를 한 뒤 'CHINA LEE OUT!', '돈 풀고 표 받고 부담은 청년 세대!' 등 자극적인 문구가 넣어져 있다. 여기에 함께 그려진 QR코드를 찍어 보니 최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접견하려다 실패한 부정선거론자 '모스 탄'의 주장부터 중국인이 우리 대선에 투표한 인증 사진이란 정체불명의 게시물까지 부정선거 음모론이 가득한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시민 A 씨는 "광복절 전후로 정당 현수막이 도로 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서 운전할 때 정신이 없다. 내년 선거가 다가올 수록 정치인 개개인의 치적홍보와 네거티브로 점철된 현수막이 올라올 것 같아 눈쌀이 찌뿌려진다"라며 "최근에는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담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현수막은 7만3,053건으로 4만6,419건이던 2020년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으나 행정 차원에서는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울산시는 지난 2023년 정당 현수막을 전용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만들고, 올해 기준 전용게시대 151개소를 설치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해당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면서 무효라고 판결해 효력을 잃었다. 당시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가 스스로 규정할 사항"이라며 현수막을 거는 주체인 정당에 공을 넘겼다.
현재는 울산시가 각 정당과 협의를 통해 전용게시대 이용에 협조를 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 매일 수십건 들어와도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철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적정선 수준까지만 현수막을 달 수 있도록 행정당국과 정치권 간에 원활한 협의를 이뤄내는 게 그나마 당장의 방안이라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