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합천 수해 현장에 꾸준히 손 내미는 이들
경남 외 전국서 개인 봉사자 찾아
부산 임은영·박재영 씨 세 자녀들
재방문 예고..."학교 친구랑 오고파"
전국 봉사단체 '김제동과어깨동무'
현장서 서로 돕는 농민 보며 감동도
서울서 동네 주민, 자녀와 온 이희동 씨
"땀 흘려 봉사하며 공동체 의식 공유"

◇"학교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어요" = 임은영(48·부산시 동래구), 박재영(53) 씨 가족은 세 차례 산청 수해 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가장 무더우면서도 많은 일손이 필요했던 이달 초중순 때였다.
임 씨는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아들(박진혁·18)과 봉사에 나섰다. 딸기 하우스 토사, 상토 정리, 모종 뽑기, 비닐 철거 등 농가 네 군데를 찾아 농민을 도왔다.
"아들과 수해 복구 봉사를 다녀오자 남편도 고민을 하더군요. 그래서 주말에 남편과 대학생 딸(박한별·21)과도 다녀왔습니다." (임은영 씨)
임 씨 가족은 평소에도 헌혈, 모발 기증 등을 이어오고 있는 '자원봉사 가족'이다. 13일에는 소방 공무원인 박 씨의 휴가에 맞춰 막내(박지호·15)까지 함께하며 온 가족이 산청을 다시 찾았다. 가족은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산청으로 향했고 불볕 더위 속에서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딸기 하우스를 찾았는데, 저희를 보는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이 너무 밝았어요. 긍정적인 마음의 중요성을 깨달은 하루가 됐어요." (박지호 씨)
수해 복구 현장은 반나절을 일해도 할 일로 가득했지만, 가족과 농민은 긍정적인 마음을 공유했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말에 농민께서 '다음엔 수해복구 작업으로 오지 말고, 즐거운 일로 산청에 오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다시는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박한별 씨)
임 씨 자녀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친구들과도 단체로 다시 복구 현장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외국에서도 봉사 온 친구들을 보고 고맙기도 하고, 좀 더 일찍 오지 못함이 부끄러웠어요. 조금이라도 더 일손을 돕겠다는 마음에 쉬는 시간에도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학교 친구들과 단체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진혁 씨)

◇"전국구 봉사활동가 모였죠" =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산청 지역공동체 '있다', '그늘과언덕'은 지난 7월 25일부터 수해복구 지원 조직을 꾸렸다. 이들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오픈채팅방을 통해 자원봉사자와 일손을 필요로 하는 농민을 연결하고 있다.
사단법인 '김제동과어깨동무'는 이를 통해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김제동과어깨동무는 서울에 본부를, 경북 경주에 봉사센터를 두고 있는 전국구 봉사단체다. 단체는 이번 산청·합천 수해 복구 봉사에 총 두 차례 참여했다. 이달 2~3일 20여 명, 15~17일 10여 명이 농가 일손을 도왔다.
김제동과어깨동무는 산청 지역공동체의 자원봉사 연결 오픈채팅방을 알게 됐고, 사람을 모았다. 전국에서 참여하겠다는 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승헌(53) 김제동과어깨동무 이사장은 수해 봉사를 하면서 산청지역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산청 봉사 때 서울, 광주, 대구 등 전국 각지 회원이 자진 참여해주셨습니다. 저희도 많은 복구 현장을 다니는데요, 지역 공동체가 봉사자와 현장을 연결하고 봉사자들에게 숙박, 음료, 식사를 제공하는 걸 보면서 정말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원 봉사자들은 지역 공동체 지원 덕분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지역 공동체가 품앗이 형식으로 서로를 돕는 방식에 감탄했다.
"특이한 게, 본인도 수해 피해 입은 농부면서도 다른 지역민을 도우러 나오셨더라고요. 그런 품앗이 형식의 도움이 퍼지면서 지역 공동체 의식 또한 성장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봉사자들도 잘 곳이 없으면 인근 사우나에서 쪽잠을 자고 이튿날 일 하겠다고 했는데, 지역 공동체가 숙소를 제공하니 봉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산청·합천 수해복구 마무리까지 아낌없이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봉사하는 보람, 함께 느껴요" = 이희동(48) 서울시 강동구 구의원은 총 두 차례 산청에 수해 복구 봉사를 다녀갔다. 한 번은 가족과 함께, 또 한 번은 동네 주민과 함께다.
이 씨는 산청에 처가를 두고 있다. 산청 수해 소식은 뉴스를 접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산청읍 내리에 거주하는 장모 걱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마침 이 씨는 사회적경제 쪽 활동가로 일해왔었는데, 의료사협 조합원인 장모를 통해 개인 자원봉사할 수 있는 경로를 확인했다. 그는 장모 생일에 아내와 아침 일찍 산청을 찾아 첫 자원봉사를 했다.
"처음 찾은 산청은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피해 농민께서도 일손이 필요한데 행정력은 더 급한 농가에 투입되고 있어 도움을 못받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첫 봉사 현장에서 상토(모판 바닥에 까는 흙) 정리 작업에 매진했다. 상토 정리는 수작업으로 해야 해 일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산청 수해 봉사 현장에서 최호림 산청군의원을 만났는데,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도 해서 더욱 친근감을 느꼈습니다. 봉사를 마친 후, 지역민의 조직된 힘을 통해 공동체성을 기를 수 있겠단 생각에 강동구 마을 주민들에게도 봉사를 권유하게 됐습니다."
이달 15일, 이 씨는 서울시 강동구 신암중 아버지회 소속 학부모와 자녀 등 13명과 함께 산청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하우스 비닐 철거작업이었다.
"쉬는 날인데 아이들은 불평 없이 즐겁게 웃으며 일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부모와 아이들은 공동체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고, 고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지역 공동체가 연대의 힘을 통해 수해 복구에 나서는 만큼, 많은 이가 동참했으면 합니다."
/안지산 기자
산청·합천 수해복구 봉사 오픈채팅방 참여 링크
https://open.kakao.com/o/gGKBQNI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