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황 칼럼] 큰 정치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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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와 5년 단임제 채택 이후 수차례 여야 정권 교체로 정치의 민낯을 수없이 목도했다.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하나, 진영 대결 격화와 당리당략으로 인해 정치의 퇴행과 타락의 심화 과정이기도 했다.
전교조 출신이라 해서 교육부 장관을 못 할 바 아니지만 진영 옹호와 정치 투쟁만 일삼아 온 듯 좌파 음모론과 성추행 문제를 두둔해온 후보자 언행을 보면 교육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도덕적 분별력과 균형감각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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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되는 실용과 통합 정책 기조
당리당략 넘는 국가·정치 대계를

1987년 민주화와 5년 단임제 채택 이후 수차례 여야 정권 교체로 정치의 민낯을 수없이 목도했다.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하나, 진영 대결 격화와 당리당략으로 인해 정치의 퇴행과 타락의 심화 과정이기도 했다. 이를 대표하는 말이 ‘내로남불’이다. 엄혹한 민주주의 위기를 딛고 들어선 이 정권에서도 그리 변한 건 없다. 또 다른 방송 장악 시도나 다름없는데도 공영방송을 국민 품으로 돌려줬다는 방송법 통과 플래카드를 걸어두는 건 ‘국민 세뇌’지 싶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 일치 추진도 독립기념관장의 부적절한 광복절 기념사를 빌미 삼았지만 여러 부작용 해소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대선 전리품 나누기와 진영의 일자리 창출 몰아치기 그 이상도 아니다. 전 정권 인사 몰아내기로는 으레 그렇듯이 터져나올 잡음과 법적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첫 내각 인사에서 드러난 크고 작은 흠결은 차치하고라도 수사감으로 보이는 부적절한 금전 거래와 부동산 문제도 여대야소 지형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을 터이지만 정치 공세와 언론 소음으로 치부된 채 유야무야 지나간다. 진일보한 인사 기준과 검증 틀을 다잡으려는 노력 없이 인사청문회법을 고쳐 책 잡히지 않으려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다. '친명' 색깔이 분명한 인사혁신처장이 과거 막말의 향연에도 자리보전하는 걸 보면 개선 의지 없이 인사 방향성만 도드러진다. 전교조 출신이라 해서 교육부 장관을 못 할 바 아니지만 진영 옹호와 정치 투쟁만 일삼아 온 듯 좌파 음모론과 성추행 문제를 두둔해온 후보자 언행을 보면 교육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도덕적 분별력과 균형감각을 찾기 어렵다.
취임 두 달여 만에 가팔라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은 뚜렷한 비전과 정책 능력을 보이지 않은 채 악습을 답습하는 데 따른 중도층 실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수사에 따른 국민의 기대도 걸맞은 행동의 뒷받침 없인 부풀어 오른 속도만큼 빠르게 꺼지기 마련이다. 국민통합과 소통, 경청, 큰 기조인 중도실용마저도 벌써 그 의미나 실행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연말이면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아 주가 폭락 홍역을 치렀던 '10억 원 대주주' 양도세 문제만 해도 코스피 5000 공약 실행인지, 조세 형평인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미숙함을 드러낸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2차 개정 또한 숙의와 조정 미비로 법 통과 후에도 여진이 계속될 게 뻔하다. 내로남불 대표 격인 조국의 무리한 사면까지 보면 대선 청구서를 챙기고 강성 지지층이나 쫓는 조짐으로 여겨진다.
내란과 윤 부부 전횡 수사가 한창인데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내란 정당’과 지지율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건 놀랍다. 그런데도 정청래 대표는 여당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여기저기 내란을 갖다 붙이기 바쁘고, 야당 대표를 두고서 사람하고만 악수한다는 소리로 스스로 운신 폭을 좁혔다. 강성과 협량으로 독주하는 건 실용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
노무현이 역대 대통령 선호도에서 '톱 클래스'에 있는 건 유념할 만하다. 직설적 언행으로 논란도 끊이지 않았지만 뚜렷한 지향성에도 불구하고 야당에 굽히는 유연성이 있었다. 국가의 성장과 정치 발전의 대계에 대한 일관된 신념과 행동은 권력 유지나 당리당략을 넘어섰다. 의원 시절 강성과 원칙주의자였던 그가 국정을 맡아 보니 보는 눈이 달라진 때문이리라.
지금 집권세력이 거대 권력의 힘에 의지하는 건 손쉬운 일이나 국민의 견제와 균형 심리를 얕보아선 안 된다. 갈등과 반목을 한 걸음이라도 벗어날 큰 정치로 나아가길 권한다. 내로남불 악순환을 끊을 진일보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노무현 시절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나은 환경이다.
정진황 논설위원실장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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