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김금희·김영하…서점인들이 직접 고른 올해의 책 잊고 있던 감정, 단 한 번의 삶…서점이 권하는 책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오는 11월 11일 '서점의 날'을 앞두고, 2025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과 작가를 발표했다. 이번 공모는 지난 7월 11일~28일 진행했고, 전국 서점인들이 참여했다. 심사는 공모결과에 따른 정량 평가와 서점·출판·독서계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정성 평가로 진행했다. 특히 올해의 작가에는 한강 작가가 선정됐다. 올해의 책 7개 부문(소설, 시·에세이, 유아동·청소년, 인문·교양, 과학, 실용·예술·그래픽노블, 자기계발·경영·경제) 책을 소개한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
소설 부문- 대온실 수리 보고서(김금희) 서울 창경궁의 오래된 대온실을 무대로, 잊힌 공간과 기억이 교차하는 서사가 펼쳐진다. 노후된 온실을 복원하는 기술자의 시선은 단순한 물리적 수리에서 출발하지만, 곧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과 기억을 마주하는 내면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장소의 회복'과 '개인의 치유'가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보여주며, 독자에게 시간의 깊이와 삶의 복원을 사유하게 만든다. 조용하지만 밀도 높은 문장이 삶의 층위를 차분히 벗겨내며, 한 편의 정제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단 한 번의 삶
시·에세이 부문- 단 한 번의 삶(김영하) 소설가 김영하의 시선이 아닌, 한 사람 김영하로서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긴 에세이. 이 책은 작가가 스스로의 삶을 되짚는 과정에서 건져 올린 단상들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나의 삶'이라는 주제로 생각을 확장하게 만든다. 차분한 문장과 단단한 시선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불확실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힘을 전해준다. 삶의 찬란함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 있다는 메시지는 위로를 넘어 자기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멋진 민주 단어
유아동·청소년 부문- 멋진 민주 단어(서현, 소복이, 한성민)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그림책. '자유', '참여', '연대' 같은 단어들이 아이들의 목소리와 그림을 통해 살아 숨 쉬는 개념으로 되살아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감수성과 시민의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교육의 강요가 아닌 공감과 체험으로 다가가는 이 책은, 민주주의를 처음 배우는 독자에게 가장 좋은 안내자가 되어준다.
한국이란 무엇인가
인문·교양 부문- 한국이란 무엇인가(김영민) '한국'이라는 질문에 기존의 진부한 설명을 거부하고, 전혀 다른 언어와 감각으로 접근하는 철학적 에세이. 역사, 정치, 문화, 정체성 등 한국 사회의 여러 층위를 관통하며, 독자에게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비판과 냉소가 아닌 탐색과 가능성의 언어로 구성된 이 책은, 독자를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사유의 동반자로 초대한다. 한국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한국인의 기원
과학 부문- 한국인의 기원(박정재)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이동 경로를 과학적으로 추적한 빅히스토리 기반의 인류학 책. 기후 변화, 유전자 흐름, 고고학적 발견 등을 토대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입체적인 해답을 시도한다. 이 책은 한국인의 정체성이 단일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동과 변화 속에서 형성된 복합적 구조임을 보여준다. 과학적 사실과 인문학적 사유가 맞물린 서사는, 한국 사회의 배타성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지적 장치로 작동한다.
믿을 수 없는 영화관
실용·예술·그래픽노블 부문- 믿을 수 없는 영화관(황벼리) 청년들의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서로의 존재로 위로받는 순간을 '영화관'이라는 상징적 공간 안에서 풀어낸 그래픽노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장면 구성, 강렬한 색감, 감정의 흔들림을 담은 대사들은 읽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한다. 이 작품은 실용서처럼 삶의 조언을 주지는 않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오늘의 독자와 닿는다. 버티는 시대의 청춘에게 이 책은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조용한 친구가 되어준다.
일의 감각
자기계발·경영·경제 부문- 일의 감각(조수용)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가 아닌,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를 묻는 자기계발서. 저자 조수용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일과 사람, 조직과 나 사이의 균형을 다시 그려낸다. '정답'보다는 '감각'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정형화된 성공 공식에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 직장인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시한다. 시스템이 아닌 감각으로 일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지금 자신의 방식을 되짚어볼 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