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소방관 19% 트라우마 심각
후유증 겪는 소방관 264명 달해
30대 소방관 실종 후 사망 계기
李 "국가적 지원체계 마련할 것"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30대 소방관이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대형 재난을 수습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심리적 후유증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참사 당시 수습 현장에 투입된 광주·전남지역 소방공무원 10명 중 2명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재난 대응 인력의 정신 건강 관리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21일 광주·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에 투입된 광주·전남 소방대원은 총 1359명(광주 357명·전남 1002명)이다. 사고 직후 실시한 1차 심리 검진 결과 광주 21명(치료군 16명·관리군 5명), 전남 243명(치료군 52명·관리군) 등 총 264명(19.4%)이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검진 후 광주소방은 고위험군과 희망자 총 35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월까지 심층 상담을 진행하며 '안정 종결' 판정을 받았으나, 9~10월 수면장애 개선 프로그램(33명), 자살예방 프로그램(10명)에 참여를 신청하는 등 후속 관리를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소방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1 전문상담과 외부 위탁치료를 병행했고, 통합의학 치료와 명상 쉼 프로그램, 가족 치유캠프 등 8개 힐링 프로그램(947명 참여)을 운영하며 지원에 나섰다. 또 이달 말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PTSD 재검사를 통해 장기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 투입 소방관 사망을 계기로 정기 상담이나 치유 프로그램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재난·대형 사고에 대한 구조대원·관계자 심리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통해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과 싸우며 버텨온 젊은 청년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며 이태원 참사 수습에 투입됐던 30대 소방관을 애도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적·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심리 지원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재난·대형 사고의 피해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구조대원과 관계자 모두가 치유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이태원 참사·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투입된 소방대원 3353명 전원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안타까운 소식에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심리 상담 결과 심리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대원을 대상으로 심층 상담, 스트레스 회복 프로그램 참여, 병원 진료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선 지난 20일 오후 12시30분께 인천소방 소속 A씨(30)가 지난 10일 실종 이후 열흘 만에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일대 한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지원을 나간 뒤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