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늘며…무연고 장례 6년새 3배로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5. 8. 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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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가족 해체와 빈곤 등으로 인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 저소득 시민을 위한 소박한 빈소입니다."

서울시가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와 저소득 시민의 장례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기에 자원봉사자, 장례업체 직원, 종교인이 방문해 무연고 사망자들의 상주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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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승화원 무연고장례 가보니
텅 빈 영정사진에 위패만 두고
봉사자·종교인들이 상주 역할
하루 두번씩 합동장례 치러
무연고 장례 상당수 '독거노인'
1인가구 늘며 고독사도 증가세
서울시립승화원 '그리다' 장례식장의 제단 위 영정 사진이 비어 있다. 지혜진 기자

"이곳은 가족 해체와 빈곤 등으로 인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 저소득 시민을 위한 소박한 빈소입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는 '그리다'라는 명패가 붙은 장례식장이 있다. 서울시가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와 저소득 시민의 장례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지난 19일 매일경제가 방문한 '그리다' 장례식장 안에는 텅 빈 영정 사진과 한글 이름이 기재된 위패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크지 않은 제단이었지만 꽃장식이 풍성했고 곶감, 사과, 나물, 쇠고기뭇국 등도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두 번, 오전 9시 30분과 오후 1시 장례가 치러진다. 이날 오후에는 고 최정자 씨와 월남전 참전용사인 고 서동구 씨의 합동장례가 치러졌다. 장례식장 복도에는 고인의 이름, 성별, 출생 연도, 사망 연월일, 주소지가 적힌 부고 안내문과 서울특별시장이 보낸 근조기가 놓여 있었다.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 후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는 사망자를 뜻한다. 연고자가 없는 경우,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 단절 등을 이유로 시신 인수를 기피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식은 일반 시민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공영장례식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기에 자원봉사자, 장례업체 직원, 종교인이 방문해 무연고 사망자들의 상주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고 있다.

이날도 자원봉사자, 장례업체 직원 등 총 4명이 최씨와 서씨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자원봉사자 조선영 씨(38)는 "죽음도 탄생처럼 누군가의 슬픔과 추모 속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삶의 끝이 고립과 단절로 이어지는 사람이 많은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발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시신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장례지도사 오치준 씨(61)는 "무연고 사망자는 오랫동안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험하게 돌아가신 경우가 많아 시신이 부패하고 손상돼 있다"며 "30·40대도 무연고 사망자가 꽤 많고 가족과 단절돼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이 여럿"이라고 설명했다.

무연고 사망자 시신은 화장 후 가로 세로 15㎝ 나무 유골함에 담긴다. 골분은 승화원 내 유택동산에 위치한 산골함에 부어지거나 용미리 서울시립납골당의 무연고 봉안당에 보관된다. 국가유공자의 경우 심사를 거쳐 현충원으로 이전되기도 한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는 2018년 3월 서울시가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영장례 관련 조례를 제정한 후 그해 5월부터 시작됐다. 2018년 382명이던 공영장례는 2024년 1392명에 달해 6년새 3배 이상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는 1인 가구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2015년 520만3440가구에서 지난해 804만4948가구로 급증해 전체 가구의 36.1%에 달한다.

특히 고령층 1인 가구가 가장 취약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 중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37.2%에 달했다. 실제 공영장례를 치른 사망자를 연령대별로 분류해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의 76.9%에 달한다. 무연고 사망자의 상당수가 독거노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3월부터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진행 중인 자원봉사자 손성헌 씨(34)는 "장례를 진행할 때마다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사회 풍토가 무연고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공생' 사회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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