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어탕' 함안 대표 음식 만들겠단 당찬 도전 [지역에 사니다]

이원재 기자 2025. 8. 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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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함안 어부탕’으로 가업 잇는 며느리

서현목 씨 2대째 운영한 횟집
민물고기 어탕 맛집으로 유명
며느리 임희민 씨 간편식 개발
시아버지 서현목(왼쪽) 씨와 며느리 임희민 씨가 함안 강변횟집에서 어탕과 함안 어부탕을 들고 있다. /이원재 기자

40년간 남강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어탕을 끓여온 서현목(56) 씨는 2대째 이어온 가업을 자신의 대에서 끝내려 했다. 하지만 '복덩이' 며느리 임희민(31) 씨가 가업을 키워 시골 횟집 어탕은 '함안 어부탕'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전국의 밥상에 오르고 있다.

함안군 군북면에 자리한 강변횟집 이야기다. 강변횟집은 의령과 함안 사이로 흐르는 남강변에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40년 넘게 전국 각지에서 단골이 찾아오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서 씨는 부모님에 이어 2대째 가게를 지키고 있다. 20살 무렵부터 아버지에게 물고기 잡는 법, 어머니에게 손맛을 배워왔다.

회, 매운탕, 물회 등 여느 횟집과 같은 메뉴도 있지만,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어탕'이다. 서 씨가 잡은 향어·잉어·메기를 푹 고아내 깊은 국물 맛을 내 고소하면서도 시원하다. 한 번 맛본 손님은 식당을 나서면서 포장해갈만큼 인기 만점이다.

가업을 이어온 그지만 자녀에게 물려주는 건 고민이었다. 장사 준비부터 주방 조리,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손질하는 일까지. 숨 돌릴 시간이 없는 나날이기 때문이다.

서 씨는 "장사를 몇십 년 해보니 정말 힘듭니다.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자식에게도 물려주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젠 며느리가 든든한 파트너가 됐다.

며느리 임 씨는 2022년 10월 결혼하며 횟집 가족이 됐다. 그는 남편과 연애하면서 처음 어탕을 맛봤다. 그때만 해도 '맛있다'는 감탄만 했을 뿐,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는 공공기관에 다니며 평범한 직장인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이 경북 청도였던 임씨는 주말에만 두 시간을 달려 창원 집으로 돌아오는 주말부부로 살아왔다. 몸도 마음도 지치던 시기여서 고심 끝에 직장을 그만뒀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시댁 강변횟집 어탕이었다.
함안 어부탕. /다다밀

단골들은 어탕을 포장해가곤 했지만, 강원도와 같이 멀리서 온 손님들은 혹시 상할까 싶어 포장을 꺼려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임 씨가 "이 맛을 더 넓은 세상에 알리면 어떨까"고 결심해 '함안 어부탕'이 시작됐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 친부모와 함께 일해도 갈등이 생기는데 시부모님과 탈 없이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뒤따랐다. 하지만 임 씨의 걱정은 기우였다.

"젊고 똑부러지는 며느리가 해보겠다니 믿고 맡겼죠." 서 씨는 며느리의 도전을 흔쾌히 응원했다. 이전부터 간편식 제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느리가 해보겠다니 믿음과 지지를 보냈다.

든든한 응원 속에 창업에 나섰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사업자등록부터 준비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어려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아버지의 어탕 맛을 그대로 지켜내는 일이었다. 단순히 포장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해동해서 끓였을 때도 같은 맛이 나게 하는 건 어려웠다. 임 씨는 수백 번 국을 끓이고 단골손님에게 시식을 부탁해 끊임없이 레시피를 다듬었다.

"식당에서 끓여 파는 걸 그냥 얼리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다시 끓였을 때도 같은 맛이 나야 했으니까요. 제품 출시 후에도 조리법을 두 번이나 바꿀 정도로 여전히 연구 중이에요."

그렇게 지난해 10월 강변횟집의 '어탕'은 '함안 어부탕'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함안 어부탕. /다다밀

임 씨는 '함안 어부탕'이라는 작명에도 깊은 고민을 담았다. 어탕은 민물고기를 끓인 거라 '비릴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다. 이런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어탕' 대신 시아버지가 평생을 살아온 '어부'의 삶을 담아 '어부탕'이라고 이름 지었다. 여기에 '함안'이라는 지명을 붙여 지역색을 담았다. '함안 어부탕'이 함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전국에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함안 어부탕'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입소문을 타며 재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모님을 위한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며 '효도 선물'로도 자리매김했다. "어머니가 기력이 없으셨는데 맛있게 드셨어요",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세요. 다 먹으면 또 살게요" 같이 만족감을 보인 후기가 속속 달렸다.

소중한 사람에게 권할 음식이라는 점에 임 씨도 큰 보람을 느낀다. 시아버지 서 씨도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며느리는 모르는데, 잠이 안 올 때면 가끔 온라인 쇼핑몰 후기를 찾아봐요. 소비자 평점과 반응이 좋을 때면 제가 다 뿌듯하죠. 원래는 식당을 찾는 분만 알았는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니 더 큰 자부심이 생겨요."

함안 어부탕은 시식회 등 각종 행사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신용보증재단 '신사업창업사관학교 파이널 피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임 씨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함안군 지원을 받아 10월 제조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며, 어부탕 외에 보양식 밀키트(바로 요리 세트)도 구상하고 있다. 함안·의령 등 지역 농가와 직거래를 통한 상생도 도모한다. 최종 목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따뜻한 한 끼다.

"함안 어부탕이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음식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어부탕을 시작으로 다른 보양식 밀키트를 만들어 다다밀이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인 보양식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단순한 식사가 아닌 사랑과 행복을 선물하는 브랜드로요."

서 씨는 며느리의 당찬 포부를 지켜보며 이제 가업 걱정을 완전히 덜었다.

"가업 승계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며느리가 만든 함안 어부탕이 있으니, 식당이 없어져도 그 맛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죠. 이제는 걱정이 없어요."

/이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