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서울 도로에도”…차의 도시에 자전거 40대가 모인 이유

정인선 기자 2025. 8. 21. 17: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기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쓰여 있잖아요. 그 '우선'이 지켜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쥘 미쇼는 "서울에는 한강, 불광천, 홍제천 등 강과 하천을 따라 멋진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도심에선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니기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를 이동수단 삼아 생활하는 인구가 적고, 이는 또다시 시설 투자를 소홀히 할 명분이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크리티컬매스서울 참가자 쥘 미쇼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자전거에 단 깃발을 펼쳐 보이고 있다. 정인선 기자

“여기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쓰여 있잖아요. 그 ‘우선’이 지켜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전기자전거를 타고 서울 신용산역 앞 ‘도로’를 달리던 김예찬(39)씨가 말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온 쥘 미쇼(31)가 곧장 김씨의 말에 동의하며 덧붙였다. “서울 차량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도로를 나눠 쓰는 ‘친구’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한달에 한번 도심에서 한 데 모여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또한 도로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이들이 있다. ‘크리티컬매스서울’. 임계질량(크리티컬 매스)이라는 이름을 단 이들은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의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는 차량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달 한 번 서울 도심을 달린다.

한겨레는 지난 16일 이들의 ‘월례 라이딩’에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동참했다. 독립문에서 출발해 서울역과 을지로, 시청, 광화문을 지나 다시 숭례문을 거쳐 용산 한강대교 북단까지 약 13㎞를 천천히 함께 달리는 코스였다. 서울 도심 차량들은 여전히 자전거의 자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행렬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보이는 운전자도 적지 않았다.

크리티컬매스서울 참가자들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인선 기자

저녁 7시, 출발점인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 자전거 40여대가 모여들었다. 커다란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핸들과 앞바퀴 사이에 평평한 거치대를 달아 개조한 ‘커스텀’(맞춤) 자전거부터 로드바이크(도로경주용 자전거), 따릉이와 전기자전거까지. 각양각색 자전거 위에 앉은 이들이 인사를 나누고 곧장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들은 ‘법’을 지켜 오른쪽 가장자리 차선 위를 달렸다. 도로교통법은 자전거 또한 차로 분류하며, 도로의 오른쪽 가장자리로 달리도록 규정한다.

법을 지켜 달리는 자전거들에도 자동차는 친절하지 않았다. 일부 차량 운전자는 당황한 듯 경적을 울렸다. 자전거가 우회전 차로 앞에서 멈춰 서자, 뒤에서 우회전하려던 차량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크리티컬매스는 199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돼 전 세계로 번진 운동이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한동안 중단됐다가, 자전거 기반 운송 스타트업 ‘그리디’를 운영하는 김의호(33)씨와 지인들이 지난해 12월 다시 시동을 걸었다.

크리티컬매스서울 참가자들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정인선 기자

모여서 달리는 자전거 행렬 앞에, 모든 자동차가 불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라면 위협하듯 빵빵거렸을”(김예찬) 시내버스와 택시들도, 무리를 이룬 자전거 앞에서는 도로 한쪽을 양보했다. 자전거들이 주행방향 전환을 알리는 수신호를 보내자, 한 경차 운전자는 비상 깜빡이를 켜 뒤에 오는 차들이 속도를 늦추도록 유도해 줬다. 이 운전자는 창문을 내려 “어떤 모임에서 나온 거냐”고 묻기도 했다. 김의호씨가 “자전거라는 이동수단을 통해 더 자유롭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고 들뜬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들은 아직은 자전거에 적대적인 서울의 도로도, 언젠가 자전거를 자연스러운 이동수단으로 삼는 도시로 변하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쥘 미쇼는 “서울에는 한강, 불광천, 홍제천 등 강과 하천을 따라 멋진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도심에선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니기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를 이동수단 삼아 생활하는 인구가 적고, 이는 또다시 시설 투자를 소홀히 할 명분이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곧장 덧붙였다. “자전거 10대만 모여도 도로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게 느껴져요. 이렇게 날을 잡아 ‘서울에도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차량 운전자와 행인들에게 보여주면 언젠가 서울도 자전거에 친절한 도시가 될 거예요.”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